너는 너의 기억이야 | 열두 번째 기억
“너무 맛있어요, 정말 감사해요.”
진짜 큰 오렌지쥬스를 집에도 가져갈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생각하던 순간,
번쩍!
나무 밑에서 무언가가 크게 빛나고 있었다.
“이건 뭐예요?”
동그리콩이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건 오렌지 냉장고란다.
살다 보면 기억이 너무 많아져서,
이렇게 꺼내 보관하고 있지.”
“저도 한번 봐도 될까요?”
“그럼, 당연하지.”
동그리콩은 냉장고 문을 살짝 열어보았다.
“따뜻해 따뜻해.
우리 집 냉장고는 차가운데,
오렌지 냉장고는 따뜻하네요?”
나무가 웃으며 대답했다.
“호호
기억을 따뜻하게 보관하고 있어.
아, 따뜻한 기억을 보관했던가?
아무튼, 기억은 따뜻해야 오래 간직할 수 있단다”
“저도 제 기억을 여기에 보관할 수 있나요?”
“그럼, 물론이지.”
동그리콩은 잠시 고민하더니 물었다.
“여기에 보관하면
제 기억은 어디로 가나요?”
“기억은 없어지지 않아.
이미 너의 모든 기억들이 너를 만들어가고 있어.
나를 만난 기억도 너로 자라고,
너를 만난 기억도 나에게 쌓여 가고 있지.”
동그리콩은 신기하다는 듯 고객을 끄덕였다.
“저도 여기에 기억을 저장해 둘래요.”
동그리콩은 소중한 기억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오렌지 냉장고에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또 보고 싶을 때 언제든 오렴.”
나무가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안녕히 계세요!”
동그리콩은 배부른 배를 두드리며
기분 좋게 나무에게 인사를 건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해가 달 이불을 덮을 때
동그리콩의 그림자가 오늘따라 길게 따라왔다.
동그리콩의 발밑으로 나뭇가지만큼 자라난 꽃 한 송이의 긴 그림자가 보였다.
“기억을 주고 왔는데, 키가 훌쩍 자랐네?
어서 엄마한테 자랑해야지!”
집으로 발밤발밤 들어가는 동그리콩의 뒷모습을
올빼미가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 12편 들여다보기 |
Point) 37개월~48개월 무렵의 아이 발달상황을 관찰할 수 있어요.
37~48개월 무렵, 협력 놀이와 사회적 규칙을 이해하는 시기를 표현해 보았어요. 동그리콩이 기억을 냉장고에 저장하는 과정은, 협력 놀이와 사회적 규칙을 이해하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시기를 반영하고 있어요.
✎ 주요 발달 정보 : 협력 놀이, 사회적 규칙 이해
✎ 주요 관찰 정보 : 아이가 협력 놀이에서 규칙을 잘 따르는지,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 놀이 키워드 : 역할 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