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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무암 Jan 13. 2024

악필의 손편지

열매글방(1/11) : 편지

편지를 쓴다면 손 편지를 선호하는 편이다. 소문난 악필이지만 그래도 마음을 담는 일이니까. 보낸 이가 적혀있지 않으면 쉽게 익명이 되어버릴, 타이핑된 메일이나 SNS로 전하고 싶지 않다. 알아보기 힘든 글씨가 있으면 연락하라는 말을 덧붙이며, 전하고 싶은 마음을 표정으로 조금 보여주면서 건네고 싶다.

내가 편지를 건네기까지 몇 가지 단계가 있다. 우선 핸드폰 메모장에 내용을 써보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잘 전달되도록 문장 순서를 바꿔보기도 한다. 내용이 정리가 되면 맞춤법 검사를 하고, 소리 내 읽어본다. 이쯤이면 되었다 싶으면 연습장에 손으로 쓴다. 손 글씨를 쓰다 보면 자주 손에 힘이 풀린다. 그 순간에 어김없이 글씨가 개성이 가득해지기 때문에 힘 조절을 해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드디어 엽서나 편지지에 옮겨쓴다. 부디 받는 사람이 이 글씨를 알아보길 바라면서.

전해지는 순간부터는 이 편지가 어떻게 그 사람에게 간직될지 알 수 없지만, 전하고 싶은 마음만큼 정성을 다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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