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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무암 Jan 13. 2024

뻔뻔하고 싶지만 흔들려버린 눈

열매글방(1/10) : 기억

눈앞에 있는 너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

네가 나에게 그 자료를 요청한 건 분명 그 목적이 아니었단 말이지. 너의 성급한 판단으로 내가 쓸모없어진 이 자료를 만들어 줬는데, 이제 와서 “제가 요청한 건 그게 아니었어요.”라니. 순간 내 기억이 잘못되었을지 모른다고 의심해 보지만 내 메모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 그리고 안타깝지만, 나는 노력하지 않아도 사람과 나눈 대화를 너무 잘 복기해서 괴로울 때가 많은 사람이란다.

오 그래, 너도 이제 기억나는구나? 일단 이 순간을 모면하고 싶어서 제대로 기억을 더듬어 보지도 않고 말부터 뱉었지만 이제야 기억났나 봐? 뻔뻔하고 싶지만 흔들림이 감춰지지 않는 너의 눈을 보면서 내 입엔 반박하고 싶은 말이 가득 고여있어. 하지만 따져봐야 이 상황을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너보단 내가 더 잘 알지.


“시간 버리지 말고, 그래서 지금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봐요. 내가 다시 만들어줄게.”


너는 정말이지, 네 눈앞에 있는 사람이 나라서 다행이라는 걸 꼭 알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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