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글방(1/16) : 의자
자주 봤지만 왜 필요한지는 알지 못했다. 가끔 골목으로 튀어나와 있으면 지나다니는데 방해된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노년 인구가 사는 집의 대문 밖에 놓인 의자를 보며 젊은이가 한 무심하고 짧은 생각이었다.
그것은 어떤 이에게 혼자서 갈 수 있는 유일한 외출 장소이며, 집으로 들어갈 때 잠시 지지대가 되어 주기도 한다. 그들은 자주 외출을 포기한다. 집을 나설 때 신발을 신기 위해 허리를 숙이기 힘들거나, 바닥에 앉아 신발을 신으면 다시 일어나는 것이 너무 힘드니까. 문밖을 나서기 전에 지쳐버리는 그들에게는 신발장 앞에 의자를 하나 두는 것으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인간의 수명이 너무 길다고, 꼭 그렇게 다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던 나는 상상해 본 적이 없는 노년의 삶. 우리는 필요해지기 전에 미리 의자를 준비할 수 있을까? ‘알아차림’은 대체로 어려워서, 냄비 속에서 천천히 익어가는 개구리처럼 뒤늦게 깨달았을 때는 집에 의자를 가져올 힘이 없을지도 모른다.
긴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늘은 평소와 다른 길로 걷고 싶었다. 처음 걸어보는 주택가를 걷고 있는데 대문 앞에 낡은 의자가 하나 놓여있다. 전과 다르게 반가워서 사진을 찍고 고개를 들었는데, 집 안에 계신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간단히 묵례를 주고받고 천천히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 앞 의자 사진을 찍는 낯선 이에게 건네는 묵례는 어떤 의미였을까. 주위를 좀 더 살펴보며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