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직, 그거 어떻게 하는겁니까?

by 오와나

직장생활 9년 차.

남들은 이직도 잘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몸값(?)도 올려간다는데,

난 어쩌다가 처음 입사한 이곳에서 9년을 눌러앉게 되었는지.

적당한 수준의 월급, 적당한 수준의 업무량이 적당하게 살게 만든

적당한 인생이 돼버린 듯하다.

부장, 팀장, 과장님들이 시키는 일 잠자코 하며(물론 짜증난 적도 굉장히 많았다)

지나온 9년의 시간이었는데,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내 밑으로도 제법 많은 수의 직원들이 입사를 했고,

왔다 갔다 몇 명의 인원이 들고 난 끝에 8명의 팀원 중 3명은 내 위, 4명은 내 아래.

정확히 중간에 딱 끼어버린 애~매~한 대리가 되어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대학 선배들과의 자리에서 각자의 근황을 묻고 답하다가,

순식간에 아직도 9년 동안 한 자리에 머물러 있는 내가 타깃이 된다.

"너 아직도 거기에서 근무해?(매우 놀람)"

"그냥 거기서 뼈를 묻겠네.(피식)"

"지금 다니는 곳 힘들다고 하지 않았어? 이직하지 그래~(안타까움)"

휴...

내 뼈를 이곳에 묻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순간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이직.

꿈, 미래, 부자 등과 같은 단어보다 내게 더 먼 단어.

아예 시도를 안 해본 것은 아니었으나,

내가 일하고 있는 부서의 특수성 때문에, 타회사 동일부서로 가긴 어려웠고,

내가 일하고 있는 업계의 일반적인 급여 수준은 현 회사 수준에 미치지 못했기에 발을 뗄 수 없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핑계로 본다면,

그냥 밖으로 나가기에 용기가 부족했던 겁쟁이라고 정의 내릴 수도 있겠다.


누군가는 한 회사에서 9년을 버텼다니 진득한 사람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그런대로 그 회사가 괜찮았으니 9년을 다닌 게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진득한 겁쟁이의 지난 버텨온 시간,

그리고 앞으로 내 앞에 닥친 운명을 글로 잘 풀어보려 한다.



이것은,

멀리서 보면 적당한 회사원,

가까이서 보면 매우 치열한 하루하루를 버티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누군가 한 회사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나와 같이 적당+치열의 삶을 살고 있다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려 한다.

keyword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