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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

회사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

by 오와나

신입사원 시절,

한국에 수많은 회사에서 아무도 날 원하지 않는다는 패배감에 휩싸여

괴로운 나날들을 보낼 때,

나를 선택해 준 고마운 이 회사와 면접 시 나를 뽑아주신 감사한 팀장님에게

최선을 다해 도움이 되는 직원이 되겠다는 마음을 먹었었다.

그때 내 나이, 26살.

아직 대학도 채 졸업하지 못한, 회사경험이 전무했던 나는,

눈알만 데굴데굴 굴리며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했었다.

하나씩 주어지는 일들이 매우 무겁게 느껴졌다.

자리에 전화벨만 울려도 심장이 두근두근.

그때 당시 팀원은 내 위로 6명, 총 7명이었고,

나는 오라 그러면 오고, 가라 그러면 가는

물살 빠른 계곡 물 위에서 표류하는 나뭇잎 같았다.


abenteuer-4601214_1280.jpg 나는 누구... 여긴 어디... ⓒ pixabay


4~5년을 착실히 다니면서

후배라는 것이 생겼다 사라지기도 하고,

절친했던 동료 직원이 퇴사하기도 하고,

같은 업무를 하지 않아 잘은 모르지만

같은 팀원이기도 했던 사람들이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기도 했다.

회사 내에선 이런저런 정치질이 암암리에 이뤄진다지만,

아직은 그런 것에 내 운명이 달라질 수가 없을, 작고 작은 직원나부랭이였다.



그리고 내 회사생활은 어쩌면,

코로나가 창궐하기 시작하던 2020년.

그때를 기점으로 확 바뀌었던 것 같다.



코로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앗아갔고,

그 차가운 퇴사의 그늘에서 우리 회사 역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자진해서 퇴사하겠다고 손든 2인 중 나의 사수가 포함되어 있었다.

나의 사수는 내 일을 크게 들여다보거나 관여하진 않았지만,

내가 도움을 요청할 때 나서서 방패막이를 잘해주던 사람이었다.

그녀의 퇴사를 앞두고 나는 마치, 어미를 잃은 새끼 강아지처럼 불안하고 두려웠다.



퇴사자 2인의 업무가 남은 이들에게 가중되자,

매일이 야근의 연속이었다.

밤 10시, 11시 퇴근을 밥먹듯이 했고, 워라밸은 당연히 사치였다.



그렇지만 가혹했던 그 시간은 내가 사수 없이도 두 발로 잘 딛고 일어설 수 있음을

깨닫는 성장의 시간이기도 했다.

코로나가 안정화되면서 높은 파도를 아슬아슬하게 타며 버티는 서퍼같았던 나의 회사는,

다시 잔잔하고 고요한 바다로 항해를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온전히 내가 주도하는 '나의 업무'라는 것이 생기고,

단순한 회사의 후배가 아닌, 옆에 딱 끼고 일을 제대로 알려줘야 할

부사수라는 것도 생기게 된다.



그렇게 9년의 시간이 지났다.

그 시간들을 보내면서 내가 깨달은 가장 큰 것은,

회사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같은 건 없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은 매우 오만한 것이었음을 절실히 느낀 것이 그리 오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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