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신입과 관리자 사이의 애매모호함

신입과 관리자 사이의 애매모호함

by 오와나

나는 내 위로 3명, 내 아래로 4명, 8명의 팀원이 으쌰으쌰 굴러가고 있는 팀의 일원이다.

신입사원부터 지금까지 맡아서 해 오던 일에는 이제 도가 터서,

웬만한 예외사항과 웬만한 날카로운 공격에도

크게 요동치지 않고 내 할 일을 한다.



순항 중에 찾아온 첫 번째 시련.

"안녕? 나 MZ야! MZ는 처음이지?"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나도 MZ세대에 낄 수는 있다.

그것도 좀 여유롭게 낄 수 있다.

아슬아슬 MZ는 아니라는 말을 굳이 덧붙이고 싶다.

그러나, MZ가 아닌 세대들과 신입사원 때부터 일을 해왔고,

내가 일을 가르쳐야 할 친구들은 따끈따끈 MZ가 되어서,

MZ의 하드웨어와 NOT MZ의 소프트웨어를 갖춘 나는

어디까지 내가 터치할 수 있는 건지 도통 감을 못 잡았다.



윗분들은 업무적인 것은 기본이고, 생활적인 측면에서도 내가 부사수를 컨트롤하기 원했다.

예를 들자면,

"함께 점심 먹으러 가서 수저 놓기"

"사무실 비품 떨어지지 않게 바로 채워두기"

"커피 마시러 가면 주문받는 것은 기본, 메뉴가 나오면 빠릿빠릿하게 가져오기"

뭐... 이런 것들이었다.

어떤 것은 지나치다 느꼈고, 어떤 것은 당연하다 느끼기도 했다.

이런 말까지 일일이 내가 해야 하나 생각이 드니,

그 말을 해야 하는 나 자신이 너무 구리게 느껴졌다.



혼돈이었다.

그냥 눈치껏 '막내'들이 당연하게 해왔던 일을,

우리의 MZ는 손가락 빨며 쳐다보고 있을 때,

팀장님 눈에서 쏟아지는 레이저,

그리고 중간에서 길을 잃은 내가 있었다.



소위 말하는 꼰대가 되고 싶진 않았다.

그렇다고 윗분들의 그 요구사항들이 다 부당하다고 생각지도 않았다.

내가 줏대가 없는 것인가 헷갈렸다.

이럴 거면 그냥 팀장님이 직접 얘기하면 안 되나.

"A 씨, 커피 나왔으니 빨리 가져오세요."

휴.



같이 일을 하다 보면 모든 게 완벽한 좋은 사람 같은 것은 없다.

그러나 나는 모든 직원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은 욕망을 아직 내려놓지 못했을까.

그래서 해야 할 말도 못 하고 이건 너무 꼰대 같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까.

신입과 관리자 사이의 애매모호함.

시키는 일만 넙죽하던 신입시절이 새삼 그리워진다.


keyword
목요일 연재
이전 02화회사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