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추위
아침에 이불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큰 의지력이 필요하다. 특히 요즘처럼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시기에 더욱 그렇다. 잠에서 막 깨어나 말랑말랑한 몸과 정신에 찬물처럼 끼얹어지는 서늘한 공기는 사람을 참 연약하게도 만든다. 아침의 추위를 견디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일어나자마자 스트레칭을 하고 따뜻한 물을 한 잔 마시는 걸 선호한다. 굳어 있던 목구멍부터 가슴, 배, 팔다리, 손가락과 발가락까지 서서히 따뜻함이 번지며 감각이 살아나는 게 느껴져서 좋다. 추위가 조금은 사그라들고 몸을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원래는 일어나자마자 따뜻한 물을 마셔주는 게 소화 기관에 좋다는 말을 듣고 시작했던 일인데 요즘은 거의 추위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생존 방편으로 쓰이고 있는 중이다.
몇 달 전에 몽골 여행을 다녀왔다. 8월 말이었기 때문에 몽골의 계절 중에서도 가장 따뜻한 여름만을 맛보고 온 셈이었지만, 워낙 일교차가 큰 곳이라 아침과 밤공기는 제법 차가워서 겨울 냄새가 났다. 전체 일정 중 절반 정도는 몽골 초원 한복판에 위치한 전통 가옥인 ‘게르’에서 아침을 맞이했는데, 옷을 엄청나게 껴입고 잤음에도 불구하고 잠에서 깨어나면 몸이 차게 얼어 침구에서 빠져나오는 일이 고역이었다. 얼어붙은 몸에 슬리퍼만 겨우 꿰어 신고 밖으로 나오면서, 웃풍이 심하다고 생각했던 내 방이 사실은 얼마나 따뜻하고 아늑한 곳이었는지 깨닫게 됐다.
아무리 웃풍이 들어도 어쨌든 그리 두껍지 않은 파자마 차림으로 잠들 수 있고, 방문 하나만 열면 따뜻한 물을 받을 수 있는 집이 있음에 감사해야 할 것 같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안락한 집 안에서조차 더 따뜻한 곳(이불 안)을 벗어나는 게 괴로워 아침마다 몸부림치는 나는 얼마나 나약한 인간인가. 사실은 시곗바늘이 오전 7시 38분을 막 지나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저 따뜻한 이불속이 너무나도 그립다. 잠옷 위에 담요를 뒤집어쓰고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시면서, 이 정도의 추위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스스로를 세뇌해 본다. 부지런히 글을 마무리하고 씩씩하게 출근하자. 저 추운 바깥세상으로 나가자. 나에겐 먹여 살려야 할 내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