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도로주행 시험을 보는 중이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강사는 요즘 상당히 인기가 많은 남자 아이돌 가수였고 운전 코스는 동계 올림픽 경기가 한창인 스키장이었다. 심지어 옆으로는 엄청난 속도의 스키 선수들이 스쳐 지나가는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꿈속의 나는 멘탈이 강한 건지 눈치가 없는 건지 ‘눈길을 운전하는 것은 처음이라 긴장된다’ 따위의 스몰 토크를 시전하고 있었다. 그것은 물론 교란 작전을 통해 거지 같은 운전 실력을 감춰보기 위함이었으나 강사님은 역시 어린 나이에 성공한 사람답게 칼 같은 성격이었고, 나는 운전면허 취득에 실패한 채로 씁쓸하게 꿈에서 깨어났다.
사람들은 바로 이런 걸 ‘개꿈’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내 개꿈에는 대체로 명확한 원인이 있다. 바로 그 전날 오후에 친구와 스키장에 가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잠들기 전에는 유튜브로 동계 올림픽 경기를 보았고, 뒤이어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이끌려 그 아이돌 가수의 안무 연습 영상을 두세 개쯤 보았던 것이다. 운전면허는 작년에 이미 취득했지만 도로주행에서 코스 이탈로 떨어진 경험이 있는 관계로 그것이 무의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실에서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이 어쩌면 이렇게까지 그대로 무의식에 반영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 지경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인셉션'처럼 타인의 무의식 세상을 탐험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몇 단계에 걸친 멋지고 심오한 세계로 구성된 주인공의 꿈과 달리 내 꿈은 아마도 '팩맨' 정도의 그래픽을 자랑할 것이다.
현실이 반영된 꿈을 많이 꾼다는 건 그만큼 내가 일상의 사소한 것들까지 지나치게 신경 쓰며 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루하루 쌓이는 사소한 실패들이 무의식 중에 큰 공포로 다가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다행인 건 꿈속의 내가 항상 용감하고 태평한 성격이라는 것이다. 꿈과 현실은 반대이기 때문일까? 어쨌든 무슨 일을 저지르고 다니는 건지 알 수 없는 꿈속의 나는 가끔 이렇게 어이없는 꿈을 선물하고 사라져, 피곤한 평일 아침에도 꿈 내용을 떠올리며 피식피식 웃음 짓게 만들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