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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퇴사유랑단 Aug 07. 2021

짧게 다닌 회사, 경력사항에 적을까 말까?

직장생활을 하면서 최소한 한 회사에 n 년은 다녀야 그래도 경력으로 인정받는다더라 라는 이야기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누군가는 1년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3년이라고 말하기도 하죠. 정해진 정답은 없지만 그래도 나의 경력사항으로 이력에 남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기간이 충족 되면 더 유리한 것은 사실이긴 합니다. 그런데, 내가 이력이라고 하기 애매한 기간을 다닌 경우에 간혹 이걸 이력서에 적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여기에 대한 저의 경험에 빗댄 의견을 말씀드려보고자 합니다.


이런 경우 말고도, 내가 이직 이력이 너무 많아 보여서 혹은 관련 없는 직무로 일했던 적이 있어서 이력사항을 적을까 말까 고민하시는 사례도 있는데요, 제 결론은 어찌 됐건 이력서에는 거짓이 없어야 한다.라는 것입니다.


"적으세요!"


즉, 적으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력서에 거짓을 남기는 것은 피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안 했던 경력을 허위로 적은 것도 아니고, 부풀린 것도 아닌데 적지 않는 행위가 왜 거짓이냐고요? 노무와 관련된 판례에 따르면 '경력의 고의 누락' 또한 허위사실을 기재한 것에 해당된다는 결론이 난 적이 있고, 굳이 법적인 이야기를 갖고 오지 않더라도 이력서상에 내가 해당 기간을 고의로 빼버린 것은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않은 것에 해당하기에 거짓말을 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력서에서 숨기는 행위는 경력을 사실대로 쓰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서류를 검토한다는 작업은 정보 비대칭의 싸움입니다. 이력서를 보는 인사담당자 입장에서는 작성자의 이력서가 사실이라는 동의를 받고, 그를 믿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서류상에서 하나하나 숨어있는 정보들을 추적하거나 걸러내기란 쉽지가 않죠. 한쪽이 작은 사실이라도 숨겼거나 거짓의 의도가 있다면 신뢰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셈입니다. 가령, 인사담당자 입장에서는 그 사람이 적지 않은 그 이력의 사유가 그 회사에서 큰 문제를 일으켜서 숨기려고 한 건지, 징계를 받아서, 불미스러운 퇴사를 하게 되어서 누락을 시킨 건지 알 수가 없는 노릇입니다. 아무리 당사자는 별 뜻 없이 내 자의적으로 합격에 유리하기 위해서 적지 않았더라도 그걸 확인할 길은 (특히 서류상에서는) 없으니 말이죠.


"어차피 면접을 보는데"


운 좋게 서류에서 누락된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1차 합격을 했다고 하더라도 면접이라는 관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밥 먹고 면접만 봐온 베테랑 면접관들이 가장 단골로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바로 공백기에 대한 질문입니다. 학력상에서 빈 공간이 있거나 경력상에서 빈 공간이 있으면 '반드시' 물어보게 되어있습니다. 가령 본인이 어떤 의도가 되었든 10개월 정도 짧게 다닌 회사의 경력을 적지 않았다고 가정해봅시다. 면접관은 분명 물어볼 겁니다. A회사 퇴사 후 C회사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10개월 정도가 공백이 있으신데 이 기간에는 무엇을 하셨나요?


여기서도 거짓말을 할 건가요? 다른 말로 둘러댈 것인가요? 그럼 그것은 더 심각한 너무도 명백히 내가 거짓말을 해버린 것이 되어버립니다. 기록에 남는 거짓말을 해버린 것이고 거짓 사실이 없다는 것에 동의를 하고 이를 어겼을 시 채용상에 불이익이 있다는 것에 동의를 한 이상 나는 큰 리스크를 안고 가는 셈이 되어 버립니다. 자, 그럼 반대로 내가 이러이러해서 적지 않았다고 사실대로 말을 한다고 해봅시다. 거짓말을 끝까지 하는 것보다야 백번 나은 처사이지만 그래도 서류에서부터 이 지원자가 투명하지 않구나 라는 것을 인지해버린 인사담당자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데 마이너스가 될 것은 분명합니다.


결론은, 그러나 저러나 어차피 면접이라는 절차에서 내가 숨긴 경력의 공백기는 무조건 질문이 들어오게 되어 있는데 처음부터 숨길 필요가 있을까?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최종 합격이지 서류 합격이 아닙니다. 서류만 어떻게 일단 통과해보려고 이력서상에 '조작'을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공백기는 최악이다"


신입이든 경력이든, 신입이라면 졸업 후 공백기, 경력이면 퇴사 후 공백기. 이 점은 내가 스펙이 안 좋은 것보다 더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이 공백기를 굳이 이력사항을 누락시켜버림으로써 만들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최종 합격하고도 찜찜하다"


최종 합격을 했다고 가정을 하더라도 찜찜함은 남습니다. 4대 보험 내역 때문인데요, 자신의 4대 보험내역은 항상 어딜 가나 따라다니고 각 기관에서 취득/상실 내역 조회가 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사실상의 반강제(?) 동의를 요구하고, 내역서 제출을 요구하는 회사도 있었고, 혹시나 결국 내역을 들키게 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고, 생긴 사례도 봤습니다.


처음부터 입사 후 제출 서류에 건강보험 자격득실 확인서를 요구하는 곳도 있습니다. 물론 내가 로그인해서 내가 누락시키고자 하는 그 회사는 체크를 해제하고 출력할 수도 있습니다. 대신 똑같이 의문이 남을 것이고, 정상적이라면 내가 누락시킨 이력 기간 동안은 '직장인 가입자'가 아니라 '지역가입자'로 나오는 것이 보통인데 아예 통으로 빠져있다면 뭔가 이상함을 느낄 수 있어 의심을 살 수도 있습니다.


"안 걸리면 된다?"


맞습니다. 안 걸리면 되는 것이지요. 통상 부당해고 관련된 법원의 판례들을 보면 입사 후에 3개월, 6개월 정도 일정 시점이 지난 다음에는 결격사유를 발견했더라도 회사가 그를 문제 삼아 맘대로 해고할 수가 없는 사례들이 많습니다. 그를 충분히 사전에 발견할 수 있었음에도 성실히 노력하지 않은 회사의 책임도 있다는 겁니다.


꼭 이직 과정이 아니더라도 세상 모든 거짓말 물론 안 걸리면 됩니다. 다만 이직이라는 것은 내 인생에 있어서 상당히 신중하게 임해야 하는 과정인데 안 걸리겠지 라는 위험한 외줄 타기를 하는 것보다는 단 1%라도 채용 과정에서 찜찜함을 남기지 않고 솔직히 임하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기에 저는 이 글을 남기는 바입니다.


"그럼 어떻게?"


진짜 짧은 기간, 예를 들어 1개월 아니면 하루 만에 나왔거나 이런 극단적인 사례는 적지 마시되 다만 면접에서 기회가 된다면 꼭 소명하시기 바랍니다. 그 정도의 극단적으로 짧게 다닌 것이 아니라면 다 적으시되 비고란이나 퇴사 사유 란에 간단한 추가 설명을 덧붙이기를 권장합니다. 혹은 경력사항에 정 적지 않으시겠다면 하단에 기타 사항 같은 란에 단기 재직했던 그 이력을 별도 기재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러면 어쨌든 나는 기재는 한 것이니 문제는 없거든요.


모쪼록 많은 사람들이 당장 눈앞에 서류 합격만을 위해서 이력서상에 허위의, 또는 허위로 간주될 수 있는 사항들은 꼭 미연에 방지하고 피하는 자세를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 합격하고 나중에 문제가 되어 최악의 경우 취소가 돼버리면 너무 억울하실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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