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의 기나긴 여정이 마무리 되어가고, 이제 현회사에 퇴사사실을 알릴 절차만 남아있는 상태! 설마 퇴사통보도 하지 않고 나갈 생각을 하시진 않으시겠죠? 아무리 회사가 미워도 절차는 지키고 나가시는 것이 도리입니다. (무단 출근, 무통보 퇴사 이런 것들은 혹여나 괘씸죄로 현 회사에서 소송을 건다든가 말끔한 퇴사처리를 안 해주는 등 추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럼 언제, 어떻게 퇴사 사실을 회사에 밝히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서 말씀을 드려보겠습니다.
"오퍼레터를 받은 뒤에 움직여라"
간혹 최종면접을 합격했다고 소식을 들은 뒤에 신이나서 어차피 나갈거니까 바로 말해놓겠다는 생각에 퇴사사실을 미리 밝혀버리거나, 아니면 반대로 너무 회사에 죄송하고 말 꺼내기가 불편해서 차일피일 미루기만 한다거나 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둘다 좋지 않습니다. 전자의 경우에는 최종면접 이후에도 평판조회나 연봉협상 단계가 남아있어 얼마든지 회사에서 의사를 번복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에 위험하고, 후자의 경우에는 입사예정인 회사에 입사예정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옳은 행동이 아닙니다.
정답은 오퍼레터를 받은 다음에 퇴사 사실을 현직장에 알리는 것입니다. 오퍼레터를 쏴주는 절차가 없는 회사의 경우라면 최종 입사일을 다른 이메일이나 문자 등 흔적이 남는 방식(증빙이 되는 방식)으로 확정받거나, 근로계약서를 미리 쓴다거나 하는 시점 이후면 됩니다. 그 이후에는 내 입사가 갑자기 번복될 여지가 없고, 그렇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끝까지 가보면 내가 더 유리하기 때문에 그 때는 현직장에 퇴사 통보를 해도 괜찮습니다.
이 시기에 퇴사 사실을 알리는 것이 좋은 점은 또 있습니다. 너무 일찍 퇴사 통보를 해버렸을 때 이직할 회사와의 작은 협의나 협상절차에 있어서 내가 돌아갈 곳이 없어지는 불리한 조건으로 전락해버리고 맙니다. 때문에 이런 과정에서 협상의 우위를 점하기가 어려워지고 끌려다닐 확률이 높습니다. 특히 실제로 '아 이미 현 직장에는 퇴사한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라고 이직할 회사에 알려버린다면 더더욱 협상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회사는 그 사실을 알고 갑질 아닌 갑질을 할 수도 있을테니까요! 그래서 퇴사 통보는 너무 일찍 해버리면 더욱 좋지 않은 것입니다.
"누구에게 먼저 알릴까?"
평소 회사에서 업무 보고를 하는 이른바 보고라인, 결재라인 순서대로 보고를 하시면 딱 좋습니다. 참고로 내가 구두상으로 퇴사 의사를 밝힌 것 만으로도 꼭 문서상에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법적 효력이 생깁니다. 때문에 꼭 먼저 사직서를 쓰지 않아도 되니, 퇴사 사실을 나의 상사에게 구두로 먼저 알려도 좋습니다.
다만 저는 보고라인이나 결재라인에 따른 상사에게 알리기 전에, 최측근 대개는 같이 일하는 실무 동료(선배든 후배든)에게 먼저 알리는 것이 그래도 도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사실 상사보다도 내가 퇴사하게 되면 가장 영향을 미칠 사람들입니다. 아쉬워할 수도 있고, 배신감을 느껴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어찌됐건 같이 실무를 해오던 사람이기에 당분간 새로운 사람이 오기까지 업무량이 많아지기도 할 것이고, 심리적으로도 주변사람의 이직이라는 점 때문에 몰입이 깨지면서 업무 집중에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래서 친했든 안 친했든 동료 실무자에게는 가장 먼저 이 사실을 알리면서 마음의 준비를 조금이라도 먼저 할 수 있게끔 배려를 해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나서 바로 직속 상사에게 알리면 되겠습니다. 여기서 '바로'가 중요합니다. 동료에게 알린 뒤에 하루, 이틀, 일주일 시간이 지난 다음에 상사에게 알리려고 했다가는 이미 소문이 워낙 빠른지라 상사가 다른 사람을 통해서 듣게 되어 언짢아하거나 서운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저는 퇴사통보를 해야지 마음먹은 날 오전에 동료에게 오후에게는 상사에게 바로 알렸습니다. 중간관리자가 있다면 그 분에게 알리고 그다음 최종관리자에게 알리면 됩니다. 임원이나 사장님보고 까지는 직접 자기가 하지 않아도 관리자들이 다 보고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거기까지는 보고를 안하셔도 되겠습니다.
"퇴사 면담은 진정성 있게, 예의를 갖춰서"
어떤 상사도 심지어 나를 미워하던 상사라고 하더라도 내 부하직원이 퇴사를 한다고 통보했을 때 달가워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때문에 퇴사 면담은 너무 가볍지 않게 진심을 담해서 임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많이 당황스러우시겠지만", "충격이 크시겠지만" 등의 쿠션언어를 적절히 사용하면서 말문을 떼면 좋습니다. 세상에 미리 예고하는 퇴사는 없기에 누구나 갑작스러울 것이라 당황을 할 것입니다. 거기에 대한 밑밥(?)을 먼저 완곡하게 깔고 가는 셈이죠.
퇴사면담 중에 ‘너는 꼭 필요한 인재니까 남아달라’, ‘내가 연봉을 더 올려줄게 남아달라’, ‘조기 승진을 시켜줄게 남아달라’ 등으로 현혹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말 파격적으로 내가 혹할 조건이 아닌 이상 가급적이면 떠나시는 결정을 밀고 가기를 추천드립니다. 그렇게 해서 남는다 한들 그 약빨(?)이 오래 가진 않고 이미 한번 떠날 결심을 크게 하고 최종면접까지도 다 보고 온 이상 업무에 집중이 잘 되지 않을 확률이 큽니다. 또한, 회사에도 이미 '퇴사를 마음 먹은 사람' 이었다는 주홍글씨가 새겨진다는 점에서 썩 좋은 평판으로 일하기는 힘듭니다.
"절반의 솔직함"
마지막으로, 퇴사면담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퇴사 사유인데 '절반의 솔직함' 으로 임하시기 바랍니다. 절반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100% 너무 솔직하게 말했다간 서로 기분이 상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렇고, 그렇다고 너무 포장된 뻔한 말로 퇴사사유를 밝히는 것은 남아있을 회사 동료들을 위해서도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퇴사 사유가 그 팀장 때문이든, 회사에 뭔가 불만이 있었든 격양된 어조로 여태껏 쌓인 것들을 따지듯이 폭로하는 듯한 솔직함은 훗날 퇴사 이후에도 내가 안좋은 이미지로 남을 수 있습니다. 떠나면 끝이 아닙니다. 평판조회에 대한 글을 썼을 때도 말씀드렸었지만 전전회사, 전전전회사 까지도 조회를 해보기도 하고, 꼭 그런 것을 떠나더라도 좁은 업계의, 또는 좁은 직무세계에서 언제든 다시 직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어 굳이 심기를 건드리고 나올 필요는 없답니다.
남아있을 회사 동료들을 위하는 것은, 어찌됐건 내가 퇴사를 하게된 이유가 무엇이든 회사의 뭔가 부족함이 있어서이기 마련인데 그 부족함은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같이 공통적으로 느끼고 공감하고 있을 것들이 대다수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남아있어야 하는 경우는 본인의 현재 위치가 있기 때문에 허심탄회하게 불만사항을 내뱉기가 곤란할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퇴사자가 퇴사를 하는 김에 솔직하게 개선사항이나 부족한 점에 말해주게 되면 그런 점들이 다 인사상에서는 퇴사한 사람의 사유를 보고하는 절차를 거치면서 개선이 될 여지도 있고, 반성을 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게 됩니다. 따라서 남아있는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또 너무 포장만 늘어놓는 사유보다는 적당히 솔직하게 표현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어느 정도 명확한 사유가 있어야 회사에서 아 이 친구는 보내줄 수밖에 없구나 쉽게 수긍을 하는 측면도 있고요.)
그 외에 퇴사 사유를 밝히면 통상적으로 하루 이틀 그래도 더 고민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 라고 부서장이 말을 할텐데, 최종적으로 의사를 다시 명확히 밝힌 후에 정확한 퇴사 날짜, 그 전까지 내가 회사에 남아서 해야할 일들, 인수인계를 해야할 것들에 대해 조율을 하면 되겠습니다.
지금 회사에 말하는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해 현명하게 잘 대처를 하셔서 불미스럽지 않게 쿨하게 이별을 할 수 있는 자세를 체득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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