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유령
꿈속에 부딪친 사람, 사람이 아닌 것
꿈을 꿨다. 길을 걷는데 서늘한 기분이 들었다. 길이 좁아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들과 어깨를 부대끼며 걸어야 했는데, 나와 스치는 사람과 스치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나를 그대로 통과하는 사람들이 있어 유령이구나, 알았지만 나로서는 누가 사람이고 누가 사람이 아닌지 육안으로 구분할 수 없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직접 부딪치는 수밖에 없어, 서늘한 거리를 계속해서 걸었다.
폴 발레리가 가장 깊은 것은 피부라고 했다. 나와 타인의 경계를 구분 짓는 최전방의 것, 나 외의 것들을 감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장 처음의 것.
꿈에서 사람들과 피부가 부딪치는 감각을 느꼈으니, 나는 아마도 살아있었을 것이다. 나를 통과해 갈 길을 가는 듯, 혹은 살아있는 자를 희롱하는 듯하던 그들은 피부가 없이 죽어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들을 유령이라 부르기에는 크게 문제가 없겠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유령들일까. 살아있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목적이 있고 나 또한 살아있으니 그들의 동선이 쉽게 예상이 된다. 그러나 죽은 사람들은. 산 사람들과 동일한 보폭으로, 산 것과 동일한 점퍼, 겨울 옷을 입은 채, 키득거리며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추위를 느낄 수 없는 피부. 부딪치기를 희망하는 피부.
내가 감각을 원하는 날도 언젠가는 오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