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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두 단어 19화

알레르기와 식물

나를 돌보기 싫증 날 때 도움이 되는 것

by 바질

쉽게 피로해지는 겨울이다. 한파주의보 메시지가 종종 울리고, 눈이 자주 내린다. 겨울의 한가운데로 들어왔다. 침대 이불 속에 들어가도 얼굴에 닿는 한기가 느껴진다.


이런 날에는 쉽게 알레르기가 올라온다. 얼굴이, 특히 눈이 간지러워 비비는데, 그래서 다크서클이 유난히 짙은 시기다. 체질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체력을 올리려 한다.


요즘은 운동을 한다. 수영을 자주 하고, 산도 오른다. 밖으로 나오라는 친구의 말은 대개 잘 듣는다. 오늘도 친구와 게임 박람회를 다녀왔다. 온종일 많이 걸었으니 운동이 됐겠지.


주말이라 비교적 한가하니 방청소를 하려고 물건을 다 펼쳐놨다가 체력이 떨어져 그대로 멈췄다. 어질러진 채인 방에는 먼지가 많고 쓰레기통에는 냄새도 난다.


잠시 누워서 낮잠에 들었다가 다시 일어나 조금씩 치우기 시작한다. 문득 화분에 오랫동안 물을 주지 않은 게 생각나 베란다로 나왔다. 내가 까먹은 건지, 혹은 누군가가 환기를 하려고 했는지 베란다 바깥 문이 약간 열려 있었다.


식물들은 살짝 얼어버렸는지 고개가 시무룩하다. 잎사귀의 모습을 보니 물이 적어서 말랐다기보다는 추위에 시들고 만 모습이었다. 화분을 방안에 들여놓았고, 공기 정화를 위해 이따금 창문을 열어 환기했다.


사람이 살기 좋은 곳에 화분도 잘 자란다. 겨울이 되니 볕이 잘 들지 않아서 식물이 위로만 웃자란다. 실내 공기가 좋지 않으니 화분에 흰 곰팡이가 핀다. 베란다에 놓으니 추워서 얼고, 방안에 놓으니 다시 기운을 차린다.


화분을 위해 환기를 하고 방을 치운다. 사람처럼 생각을 하는 자들은 아니더라도, 무언가 살아있는 것들과 함께 있으면 비교적 바른생활을 유지하게 된다. 이것이 식물 키우기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회사의 옆팀 사람들 이름은 모르더라도 식물 이름은 안다. 옥시, 몬스테라, 오블리쿠아, 실버 덴드론, 테이블야자. 몇몇 죽여버린 식물의 이름도 생각난다. 천사의 눈물, 워터 코인, 아스파라거스. 관심을 주면 사물이 선명해진다. 식물로부터 배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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