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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두 단어 20화

식물과 봄

무엇은 씩씩하게 나고, 무엇은 자라고

by 바질

태양의 빛과 온기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겨우내 버티던 식물의 생장을 돕는데 큰 역할을 한다. 키우기 쉬운 몬스테라, 잎사귀도 넓고 진한 초록이라 더 눈이 가던 녀석이 1미터를 훌쩍 넘기며 자라나고 있다.


햇빛을 간절히 원해 위로만 웃자라던 녀석이 가엾어서, 다이소에서 고체 영양제를 사다가 흙에 꽂아줬다. 물을 뿌릴 때마다 약간씩 녹아 없어지는 영양제들이 흡수될 때마다 줄기가 점점 굵어진다. 영양 덕분에 두꺼워진 줄기가 중심축을 잡아주니, 잎사귀가 날 때마다 휘청거리던 몬스테라도 서서히 균형을 잡아간다.


봄에는 싹이 잘 난다. 햇빛에는 만물을 생장시키는 어떤 농부로서의 탁월한 노하우가 있는 듯하고, 그것을 나에게도 살짝 알려줬으면 싶지만 50억 년동안 열심히 쌓아온 노하우일 테니 맨입으로 알려달라기엔 너무 양심이 없나 싶기도 하다.


대신에 살짝 그녀의 힘을 빌려 새싹을 내는데 도움을 받고자 한다. 다이소에서 바질 씨앗을 1,000원에 사서 남는 화분에 심었는데 싹이 30개는 넘게 났다. 무순처럼 빼곡하게 자라난 씨앗들을 보니 참 귀엽다. 기특하고, 기운이 난다.


회사 직원은 바질을 잘 키워서 당근마켓에 팔라고 한다. 우스갯소리로 나온 말이지만 가능성이 있어 보여서 눈이 반짝했다. 본질에서 많이 멀어졌지만 식물 재테크란 이런 것인가, 나는 이익을 얻고 누군가는 기운을 얻는다면 괜찮은 거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최근의 근황은 그렇다. 잘 살아있고 하루를 즐겁게 여기고, 나름의 소소한 새로움을 찾기 위해 바질도 심고 당근마켓도 기웃거리고 있다. 일상을 지지해 주는 것은 훗날의 희망보다 한 줌 흙에서 자라는 새싹 같은 것이 아닐까. 오늘 나를 긍정적으로 만들어주는 것. 봄과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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