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청소
빠르고 손쉬운 청소법 : 분류하기, 버리기, 먼지털기
비가 왔던 덕분에 오늘 날씨는 맑음. 모처럼 대청소를 했다. 방안 곳곳에 숨겨놓았던 물건을 모두 꺼내 나름의 규칙대로 정렬했다. 사람은 늘 비슷비슷한 것들을 소비하니, 규칙을 만들어놓으면 정리가 점점 쉬워진다. 이를테면
1. 필기구와 책
필기구는 사용할 수 있는 것, 버려야 할 것을 분리한다. 형광펜은 중요한 일정을 체크하는 용도이기에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필요할 때마다 사 버릇한 탓에 벌써 한 다스가 되었다. 한 곳에 모아놓고 더 이상 사지 않기로 다짐, 체크.
책은 브랜딩, 에세이, 외국어로 분류한다. 읽은 책들은 책꽂이에 넣고, 읽지 못한 책들은 언제나 손쉽게 꺼낼 수 있도록 바닥에 쌓아둔다. 지금도 서점에 가면 덜컥 사버릴 것 같은 매력적인 제목을 가진 책,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쓴 책, 언제 샀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책이 있다. 소비를 하고 싶다면, 방 한편에 쌓아둔 책들을 생각할 것. 체크.
2. 선물 받은 것
본부장님에게 받은 이상한 초록인형, 동료에게 받은 유아용 키티 기타, 전 남자 친구에게 받은 리본 핀과 미니 토이를 살펴본다. 이런 것들은 쓰기도 애매하고 버리기도 애매하다. 애매한 것들을 분류 없이 모아놓는 '블랙홀' 박스 덕분에 정리가 빠르다. 대청소의 날, 박스 속 물건들을 살펴보면서 이제 팔 용기가 났을까 스스로를 점검해 본다.
응, 몽땅 당근마켓. 체크.
3. 먼지와 흙
물건들의 분류가 끝났으면 각각 어디에 배치할지 결정한다. 사실 가장 좋은 정리법은 배치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안 쓰는 물건들을 모두 버리는 것이다. 버리는 것이 어려운 사람이라면 청소할 때마다 조금씩 소분해서 버리는 것도 방법이다. 그럼에도 정 버릴 수 없다면 물건들의 위치를 바꾸는 것이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된다.
쌓아둔 책의 배열, 기타의 위치를 다르게 해 본다. 앗. 물건들이 있던 자리에는 미처 치우지 못한 먼지와 머리카락과 흙 부스러기가 남아있다. 청소기로 깨끗하게 밀어버리며 큰 만족감을 느낀다. 호로록, 호로록.
그렇게 깨끗한 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겨우내 기분의 슬럼프였는지 방의 모습이 말이 아니었는데, 지저분한 것들을 치워내니 마음이 가볍다. 봄날과 가장 잘 어울리는 건 대청소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