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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두 단어 23화

청소와 달리기

숨은 턱끝까지 차오르고, 심장은 세차게 뛰고

by 바질

청소의 순기능. 깨끗한 환경은 사람의 건강에 도움을 준다.


방안의 먼지를 걷어내고 공기를 순환시키는 단순한 행동이 불러오는 것 : 창문을 통해 불어오는 바람이 피부에 닿는 상쾌한 감각을 느끼게 하고, 깨끗한 공기로 폐를 정화시키는 감각을 느끼게 한다. 이 별것 아닌 것들이 사람의 기분을 더 좋게 만들어 준다.


방이 깨끗하면, 늦은 밤 외출을 갓 마치고 들어온 자신의 몸을 경계하게 된다. 먼지와 땀이 묻은 육체를 그대로 침대에 뉘이자니 죄책감이 들어, 억지로라도 지친 몸을 씻게 되고,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고자 노력하게 된다.


비단 몸뿐만 아니라 생각도 정제하게 된다. 방안에 빈 공간이 생기면 마음에도 여유가 생기고, 작은 눈으로만 판단했던 낮 동안의 일들을 다시 풀어서 생각하게 된다. 더 좋게 생각할 방법을 찾거나, 그조차 여의치 못하다면 방 한편에 쌓아둔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읽으면서 시선을 살짝 다른 곳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지난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는 길고 긴 방 청소, 화장실 청소, 옷장 청소를 끝내고 침대에 가만히 누워 생각했다. 더 건강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동네 러닝 모임을 찾아 저녁시간 동안 짧은 달리기를 했다. 3km 달리기.


누구에게는 우스울 정도로 짧은 거리이겠지만, 나에게는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는 경험이었다. 오랫동안 단련된 사람들의 몸은 쉽게 지치는 법이 없어서 몇십 분이라도 거뜬히 달릴 수 있지만, 오랫동안 누워 있느라 제 기능을 못하는 내 몸은 살려달라고 아우성이다. 땀은 비 오듯 쏟아지고, 심장은 곧 마비가 올 태세로 세차게 펌핑한다.


죽을 것 같다, 싶어서 달리기를 멈췄다. 혹여나 페이스를 따라가지 못할까 맨 뒤에 줄을 섰던 것이 다행이었다. 파이팅, 을 외치며 멀리 별처럼 멀어지는 사람들을 보면서 참 건강한 사람들이다, 하고 생각했다. 세상에 건강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고, 그 건강한 기세를 몰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도 많으니 나도 조금 더 힘을 내야 하지 않을까.


비록 지금은 3km 달리기도 벅차지만, 조금씩 페이스를 늘리다 보면 또 어느샌가 전혀 힘들이지 않고 5km, 7km를 뛰는 나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그러니 겁먹지 말고 일단 꾸준히 시도해 보기, 알 배긴 다리를 주무르며 적는다.


달리기 : 남은 나의 생을 조금 더 성의 있게 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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