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쬐기만큼 반가운 봄비 맞이
온종일 빗소리를 듣는다. 사람들의 오가는 말소리도 들린다. 빗소리에 섞이니 음량은 작아지고 말의 리듬감만 들린다. ASMR 같기도 하고, 음악 같기도 하고, 홍콩 영화배우들의 대사처럼 들리기도 한다. 말이 오래 이어지지는 않는다, 다들 비를 피해 어디론가 떠나나 보다.
비는 빗방울의 굵기와 떨어지는 속도, 빗방울이 얼마나 떨어지는지에 따라 제각기 다른 소리를 낸다. 어제는 수줍게 보슬보슬 내리는 모양이었는데, 날이 어두워질수록 비가 거세진다. 저녁에 잠시 외출을 했는데, 해진 우산의 얇은 틈을 파고들어 이마로 뚝 떨어지는 빗방울이 제법 굵었다. 천 위로 떨어지는 물방울의 타격감이 느껴졌다. 툭툭, 하는 소리를 들었다.
오늘은 정갈하게 일정한 양으로 내린다. 지구력이 있는 비다. 베란다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생각하기를, 한 사람이 머무는 곳 근처의 집 지붕 모양이 모두 다르니, 그에 부딪치는 소리도 제각각일 것이라. 그렇다면 '일요일 전국 비 소식', 이라는 균일할 것만 같은 비 소식에도, 서울이냐 서울의 어디 지역이냐, 상업지역이냐 주거지역이냐 숲 속이냐에 따라 개개인이 받게 되는 비의 소식은 모두 다른 모양일 것이라.
비가 내리는 첫째 날에는 몸이 무겁다. 비가 내리면 상대적으로 기압이 낮아지는데, 기압이 낮아지니 관절에 가해지는 압력도 낮아지게 되고, 근육과 관절이 느슨해지면서 쉽게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비가 오는 날에는 유독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생각이 많아지는 것도 다 몸의 피로감과 무거움 때문일 것이라 생각해 본다.
둘째 날이 되니 컨디션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환경에 적응을 해버린 것인지, 밖에도 나가고 싶고, 비도 좀 맞고 싶고. 모처럼 봄비가 지저분한 것들을 쓸어내리는 중이니 그 상쾌한 공기를 맡고 싶기도 하고. 홍삼스틱을 쭉 빨아먹고, 나갈 준비를 한다. 오늘은 가디언즈오브갤럭시 3을 보러 간다. 그게 그렇게 재밌다면서, 추천하는 주변인이 많다. 사람이 많을까 엄두도 못 냈는데, 같이 볼 사람이 생겨서 나가보려 한다.
후기는 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