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식빵

빵을 굽는 시간

by 헤이

내가 다닌 학원은 시장에 있었다. 시골의 작은 시장 중에서도 2층에 자리했다. 오래된 건물은 생뚱맞게도 다이어트 광고가 붙어있었는데, 1층의 사업장은 한 번도 열린 적 없었다. 그 분홍색 광고를 지나서 계단에 들어서면 특유의 냄새가 났다. 빵이 발효되는 구수한 냄새와 설탕이 눅진하게 녹은 냄새, 바닐라향 등이었다. 학원은 원장님과 부인 두 분이 운영하는 곳으로, 수업은 원장님이 진행했다.


비상 식빵, 이 비장한 이름을 처음 접한 때는, 학원에 첫 발을 내디딘 순간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오랜만에 들어서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곳에 내가 서 있었다. 키가 미묘하게 큰 탓에 학창 시절 내내 뒷자리에 앉았지만, 나는 사실 앞자리를 좋아했다. 다른 사람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을 때 수업에 집중하기 좋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기소개였다. 학원에서 첫 시간부터 자신을 밝히게 될 줄은 몰랐다. 그것도 가장 앞자리부터.


내 이력은 그곳에서 독특한 편이었다. 이전 회사를 물어서 연구원이었다고 하자, 왜 연구원이 이곳에 왔냐고 되물었다. 답하지 않자 그럼 대학교는 어떤 과를 나왔냐기에 창작 쪽이라고 했다. 내 입장에서는 창작에서도 연구를 가장 좋아했기에 비슷한 맥락이었지만, 타인 입장에선 생뚱맞게 들린 듯했다. 나라도 이상하게 보일 것 같긴 했다. 그렇게 기묘한 시선을 주고받은 끝에 겨우 자리에 앉았다.


원장님이 나를 궁금한 시선으로 탐색했듯, 나도 원장님을 물끄러미 봤다. 퉁명스러운 말투에 강의 내내 책을 쥐고서 휙휙 넘겨봤다. 원장님은 책을 잠시 덮어두고 처음으로 마카를 들었다. 일곱 명의 시선이 자연스레 집중되었다. 선생님은 자격증을 목표로 온 학생들에게 자격증을 목표로 하지 말라고 했다. "빵을 맛있게 만들어야지, 제대로 만들 줄 모르면 자격증이 무슨 소용이야?"라며, 특히 비상 식빵을 싫어했다.


비장한 이름의 비상 식빵은 급하게 주문이 들어왔을 때 생산량을 늘리는 방법이었다. 발효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이스트 양과 반죽 시간을 늘렸다. 선생님은 맛없는 빵을 많이 팔면 뭐 하냐고 되물었다. "팔지 못하면 못 판다고 얘기를 해야지." 정론이었다. 문제는 나는 식빵 만드는 법조차 모른다는 거였다. 식빵을 모르는데, 비상 식빵이라고 알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가 처음으로 반죽을 돌리고 1차 발효를 시작했다.


40분쯤 흐르고 "펀칭하세요"라고 선생님이 말했다. 학생들과 눈이 마주쳤다. '펀칭이 뭐지?' 슬쩍 눈치를 보다가 발효실에서 반죽을 꺼내 치댔다. 이름이 펀칭이니 반죽을 치라는 건가 싶어서였다. 돌아가는 길에 "펀칭을 하는 이유가 뭔가요?" 묻자 "맛있으라고 하지."라며 다시 책을 읽으셨다. 가만히 정수리를 내려다봤다. 60대가 되어 머리가 제법 민숭민숭해졌다. 내 말투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며 홀로 펀칭에 대해 검색했다. 가스분포와 조직 구성을 균일하게 만들어 반죽의 향과 맛을 높이기 위한 방식이었다.


그렇게 첫 식빵이 완성되었다. 맛은 없었다. 왜 이런 빵은 만들지 말라고 했는지 바로 이해할 정도였다. 집에 가져가자 다들 내가 제대로 된 빵을 구워왔다며 놀랐다. 모양조차 안 나올 줄 알았단다. 나는 제대로 안 된 빵이라고 말하지 못했다. 반죽도 굽는 것도 선생님이 알려준 대로 따라 해서 사실 혼자 해낸 건 없었다. 빵을 뜯어먹으며 학원의 반항인에 대해 떠올렸다. 밍숭한 머리, 퉁명스러운 말투, 거무스름한 얼굴, 수업 내내 멀찍이서 책을 읽던 행동. 아무래도 이상한 선생님 같은데, 옮길 생각은 들지 않았다. 비록 살갑게 가르쳐주진 않지만, 나는 본래 외골수를 좋아했다. 무엇보다 '맛있는 빵을 배워야지'라는 말이 마음에 들었다.


다음 수업도 식빵이었다. 여러 식빵 중 무슨 수업인지 몰라서 집에서 모든 영상을 보고 공부했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 배우지 말라고 했지만, 내 첫 목표는 기능사 자격증이었기에 가방에 자격증용 시험지와 읽을 책 한 권을 챙겼다. 1차 발효가 시작되면 원장님이 책을 펼쳤다. 나도 그 앞에서 책을 읽었다. 글에서 멀어지려고 왔는데 다시 활자 중독 선생님을 만나다니 정말 기묘한 인연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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