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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7시의 요가

by 평일

인스타 스토리 올려도 아무도 안 볼 것 같은데, 신기하게 새벽에 운동다녀온 사진에는 답장이 달린다.

오랜만에 안부를 묻는 친구, 대단하다는 칭찬. 안부를 주고받다가 그 날 저녁에 바로 만나기도 했다.

멋진까페에 간 사진이나 한강 풍경등을 올렸을 때는 좋아요 만 누르고 말았던 반응이 오는 게 신기했다.


사실 새벽 7시 요가 가는 일은 힘들다. 일단 아침에 일어나는 것부터가 너무 힘들다. 집 바로 앞에 요가원이 있어서 호기롭게 알아보다가, 새벽 7시반이 제일 저렴해 1회 체험을 해봤다. 어찌저찌 일어나 가보니 상쾌하고 나쁘지 않았다. 가격도 제일 저렴하고, 사람도 적당하고 무엇보다 뿌듯함도 있으니 한 번 해보자 싶어 8회권을 끊었다.


그러나 역시 다짐은 오래가지 않았고, 집에서 10분거리 요가원이 새로 생겨서 무료 오픈 클래스를 열면서 거기에 가느라 12월은 못 갔다. 그러다 1월이 되었고 2월 초에 회원권은 만료 예정이었다. 이제는 정말 돈을 날리지 않으려면 요가에 가야하는 것이다. 환불을 할까 고민도 했지만 따로 문의하는 절차가 귀찮기도 했고, 이왕 끊은 거 집도 바로 앞인데 해보자 싶었다.


일하는 곳 근처나 조금도 멀리 가면 센터나 도서관에서 저렴한 요가 필라테스도 많지만 일단은 바로 들을 수도 없고, 추운 겨울에는 집에서 가까운 게 최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벽 6시 30분에 일어나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대충 세수만 하고 롱패딩을 입고 부시시한 몰골로 겨우 수업시간 맞춰서 가기를 몇 번째.


가는 건 역시나 힘들지만, 어두웠던 하늘이 요가 동작을 할 수록 밝아오는 경험은 새로웠다. 골반을 열고, 날겨뼈를 모으고 숨을 채우고 내뱉고 선생님의 이야기를 따라 하다보면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힘이 들어도, 해가 뜨고 아침이 밝았다. 마침내 요가매트 위에 누우세요. 하는 순간 주어지는 합격 목걸이...


앞으로 남은 4회권을 2월 초까지 소진하기 위해서 빼곡하게 매주 2번씩은 가야하지만, 그래도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새벽 요가를 잘 마칠 에정이다. 일단, 아침 요가를 위해 밤에 일찍 잠에 들고, 술약속을 적게 잡게 된다. 그리고 밤에 딴 생각 없이 잠이 잘 온다. 거기다 아침부터 내가해냄이라는 뿌듯함까지!! 안 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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