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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훌라

by 평일

운동을 해야겠다고 요즘은 절박하게 생각한다. 그렇다면 무슨 운동을 할 것인가?


일단은 집에서 가깝고, 흥미가 있으며 가격이 너무 비싸지 않으며 이동 동선에서 너무 멀지 않고, 현재 몸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 등을 생각해봤다. 그래서 집근처에서 요가를 하다가 2월부터는 집이나 직장 근처에 센터에서 요가 필라테스 등을 끊었다. 그리고 훌라를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마침 적당한 위치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모두의 훌라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2월부터 6월까지 20회를 진행하는데 4만원이었다. 저렴한 가격과 적당한 시간, 장소 다 마음에 들어서 신청했고 어제 첫 수업을 했다.


발달장애인문화창작소라는 곳에 갔다. 처음에는 약간 긴장도 했다. 아무래도 장애인하고 같이 하는 운동은 처음이라 혹시 내가 나도 모르게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엄청난 폭설을 뚫고 도착했을 때 발달장애인 인턴 분이 출석부를 내밀면서 출석 확인을 해줬다. 처음이라 떨린다고 했다. 시작이 힘든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니깐 천천히 이름을 알려주고 싸인을 했다.


그리고 하나둘씩 사람들이 도착했다. 대부분은 발달장애인 청소년과 그의 보호자였다. 훌라 선생님과 작년부터 훌라를 들었던 수강생도 오고 대부분 모이자 동그랗게 모여서 소개를 했다.


서로 부를 이름이나 별명, 오늘의 기분,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소개했다. 음악과 춤, 아이브가 좋아서 훌라 수업을 신청했다는 한 친구는 초등학교 6학년인데 중학교 가는 것이 너무 설레이고, 훌라 수업이 몇시간 전부터 너무 기다렸다고 했다.


굉장히 솔직한 표현에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 들었다. 쉬는 시간에는 나에게 다가와서 언니! 언니 몇학년이야? 언니 어느 초등학교 다녀 라고 말해서 나를 크게 웃게 하기도 했다.


어.. 언니는 몇학년이라고 해야하지?? 10학년? 음.. 성산초등학교 근처에 살아...


주변에서 그냥 선생님이라고 대답하면 된다며, 젊어보여서 기분 좋으시겠다며 웃었다.


그 친구는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그대로 말을 했다. 수업시간 내내 선생님 옆에서 시간을 계속 묻기도 했다.

아마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 계속 말을 한다면 저런 모습이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요가할 때 계속 시간이 궁금하긴 했다. 다만 말을 안 했을 뿐


그렇게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조금씩 없어지면서 함께 훌라를 배웠다.

일반인을 위한 훌라보다 천천히 느리게 가르쳐줘서 오히려 편한 느낌이었다.


작년부터 수업을 들었던 다른 비장애인 수강생이 작년에 보인도 처음 수업을 들을 때 발달장애인친구들의 솔직한 표현방식에 처음에는 좀 놀라긴 했지만 그만큼 감정이 풍부한 거라 이제는 적응했다고 했다. 작년에는 처음에 자기가 들어서마자 언니! 하고 손을 잡은 친구도 있었다면서..


밖에는 한참 눈이 내리고 있었지만 훌라를 배우는 실내는 따뜻한 하와이 해변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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