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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데도 달리는 이유

by 평일

운동은 하러 나가기 까지가 제일 힘들다. 막상 가면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하게 되는데, 결심하고 나서기까지가 엄청난 나와의 싸움이다.


오늘 좀 아픈 거 같은데 쉴까? 비 오는데 맞고 달리면 병날꺼야.. 등 핑계는 무수히 많다. 또 무리하다 최근에 다치기도 했고. 언제나 균형잡기가 어렵다. 운동한다고 갑자기 몸이 눈에 띄게 좋아지거나 근력이 늘지도 않는다. 그냥 꾸준히 하면서 조금씩 나아지길 바랄 뿐이다.


달리기는 매력이 많다. 실내에서 하는 운동보다 재밌고 다채롭다. 한강을 따라 달리면 거리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도 보고 산책하는 강아지들도 구경한다. 달리고 나서 마시는 맥주도 시원하고.


처음으로 달리기 대회나갔을 때 신기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모여 한꺼번에 출발선에서 스타트 신호를 기다리고 카운트를 세고 신나는 음악과 함께 달렸다. 그렇게 많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날수록달리는 속도가 달라지고, 어떨 때는 혼자 달리기도 했다. 점점 다리도 아파오고 햇빛도 뜨겁고 외로운 순간들이 왔다. 아무도 나에게 시키지는 않았지만 멈추고 싶지 않은 기분. 옆에 보이는 벤치에 앉고 싶었지만 '조금만 더 뛰자. 저기까지만 가보자' 생각하면서 끝까지 느리게 달려서 10km를 처음 완주하고 너무 뿌듯했다. 기념품을 수령하고 앉아서 축하공연을 보면서 이런 맛에 사람들이 대회에 나가는구나 싶었다. 같이 달린다는 느낌. 응원해주는 사람들. 다 하고 나서의 뿌듯함도 좋고. 완주만 하면 메달을 준다는 것도 좋았다. 성인이 되고 나서 칭찬받을 일이 별로 없는데 5km든 10km든 어떻게든 완주만 하면 박수도 쳐주고 선물도 준다니!


그 이후로 달리기 대회를 열심히 찾아봤다. 인기있는 러닝대회는 금방 매진이 되고, 달리기 위해 예약 시간 맞춰 예약하고, 래플을 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몸 상태. 마음과는 달리 조금씩 욕심이 생겨 주 3회 조금씩 늘려서 달리다가 연골연화증이 생겼다. 달리기 하다 다쳐서 정형외과에 가고 치료를 받고, 달릴 수 있나 없나 살피면서 병원을 가는게 맞는걸까? 이렇게 하면서도 달리고 싶은 이유가 뭘까 생각해봤다.


안전하게 실내에서 하는 운동도 좋지만 밖에서 자유롭게 달리는 기분과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좋다. 한강이나 공원을 낀 다양한 달리기 코스도 하나씩 달려보고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 대회에 나가서 새로운 곳을 뛸 수도 있다. 걷는 것보다 멀리갈 수 있어 5km, 10km 거리면 뛰어서 가볼까? 생각도 하게 된다.


가을이 오니 바람도 선선해지고 다시 달리고 싶어졌다. 집에서 옷을 갈아입고 한강까지 나가는 것. 달리기 일정에 맞춰 나가기까지가 늘 힘들지만 그래도 더 많은 풍경과 마주하기 위해 다시 조금씩 달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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