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적으로 자연을 즐기는 것은 얼마나 힘든가
오래 무엇을 볼 여력이 없다.
미드를 집중해서 보거나 영화 한 편을 진득하게 보기 힘들다.
습관적으로 인스타 피드를 올렸다가 내린다.
쏟아져나오는 정보들 소식들 이미지들에 머리가 아프다.
길을 걸을 때 지나가는 오토바이와 킥보드와 자전거를 피해서 요리조리 다니다보면 지친다.
공사장 소음과 오토바이 굉음이 없는 곳으로 가고 싶다.
아주 예전부터 난지캠핑장에 가보고 싶었다.
손 뻗으면 닿을만한 가까운 곳에 있는 캠핑장. 평화롭게 바베큐도도 즐기고 캠핑의자에 앉아서 여유롭게 맥주를 마시는 모습.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 바램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언젠가, 다음에, 다음에 하다가 한 번도 못 가다가 이대로 영영 못 갈 거 같아서.
이번 가을이 가기 전에 더 이상 미루기 싫어서 캠핑장 예약 사이트에 들어갔다.
주말은 이미 다 꽉 찼고, 간간히 평일 저녁은 구할 수 있었다. 일단 있는 것들 예약을 하고, 11월 예약 오픈을 기다렸다. 주말을 예약을 해서 사람들하고 캠핑을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맑은 날에 한가로운 잔디밭에서 파란 하늘 아래서 노을이 내려올 때까지 여유롭게 채소 떡 등을 구워서 캠핑을 하고, 돗자리에서 낮잠도 자는 꿈을 꾸어 보았다.
몸만 가면 된다는 글램핑장 예약도 꿈꿔보았다. 사람들과 밤새 수다도 떨고 맛있는 것도 먹고 자연도 즐기고 하는 작은 꿈.
하지만 매달 15일 오후 2시에 열리는 예약은 만만치 않았다.
오후 1시 50분부터 열심히 들락날락하면서 노력했지만, 대기자 500명 400명... 들어가면 다운이 되어버렸다.
서울에 있는 접근성 좋은 캠핑장이라 예약이 치열하다더니 정말 그랬다.
몇십분을 씨름하다 탈탈 털리고, 겨우 평일 밤 만 몇 개 예약에 성공했다. (누구든 갈 사람만 있다면 가겠다는 의지로. 하지만 평일 저녁에 시간 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글램핑도 꿈꿨고, 여유로운 주말 바비큐 파티도 꿈꿨지만 모두 다 실패했다.
괜히 슬퍼졌다. 억울했다.
캠핑 장비도 없고, 차도 없는 내가 쉽게 갈 수 있는 곳이라 가고 싶었는데 그마저도 피케팅이라니.
자연 속에 한가로운 휴식. 감성 캠핑 이런 것들을 사실 비싸고 힘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프리 캠핑존에서 돗자리라도 깔고 브루스타로 라면이라도 끓여먹어도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검색해서 나오는 글들을 죄다 프리 캠핑존에서 온갖 타프와 텐트와 테이블과 의자 화로 엄청난 장비들을 들고와서 캠크닉을 즐기고 있었다.
자고 가지도 않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2박 3일은 샐 것처럼 엄청난 장비들이 있었다.
서울에서 제일 비싼 것은 언제나 자리다
망원유수지는 늘 사람이 많다. 특히나 주말이나 날씨가 좋은 밤이면 돗자리가 빼곡하다.
푸른 풀밭에서 여유롭게 잔디밭에 앉아서 책도 읽고 맥주도 마시고 싶지만 현실은
3181개의 돗자리와 굴러다니는 치킨집 전단지와 많은 사람들..
그마저도 나무 밑 그늘자리는 자리 맡기가 치열하다.
대전 가서 놀랐던 것은 넓은 천에 한가로운 잔디밭이었다. 천변에 끝없는 푸른 잔디가 있었는데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런 한가함이 너무 부러웠다.
그냥 내가 너무 지친 걸까? 뭘 했다고 지친 걸까?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에 따사로운 햇빛 아래서 여유롭게 피크닉을 즐기고 싶다. 산책을 하고 싶다. 캠핑을 하고 싶다.
하지만 이 것도 비싸고 힘든 욕망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슬퍼졌다.
(햇빛에는 세금이 붙지 않아서 정말로 다행이라는 페퍼톤스 노래 가사도 있는데.. 아마도 대전이라서 그런 가사를 쓴 것이 아닐까.)
겨울이 너무 긴 나라에서. 아이스크림처럼 금방 녹아 사라져버리는 가을이 가는 것이 아쉬워서일까.
이 날씨를, 한가한 산책을, 돗자리 피크닉을 챙겨서 해야겠다.
그리고 난지 캠핑장 예약도 계속 취소표를 노려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