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글이 다음 메인에!

동네사람들 제가 식물 연쇄살인마에요!

by 평일

브런치에 <작은집 풀풀생활> 연재를 매주 목요일마다 하기로 하면서, 다짐한 게 있다. 조회수 연연하지 말고, 반응에 집착하지 말고 꾸준하게 쓰기로.


하지만 첫 글을 올리고, 사람들에게 브런치 개설했다는 소식을 알리면서 습관적으로 브런치 통계탭에 들어가서 조회수, 방문자를 확인해보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제 막 시작한 브런치에 글도 한 두개라 적은 조회수가 당연한건데도, 괜히 '이런 글을 계속 쓰는 게 맞나? 누가 보기는 볼까?'부터 시작해서 '이제 한국은 글 쓰는 사람이 독자수보다 더 많은 것 같은데 나까지 거기에 보태서 무엇하나?' 라는 무기력한 생각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 목요일이라서 목차에 맞게 '식물연쇄살인마'를 올렸다. 쓰면서도 너무 대충 쓰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반, 가볍게 솔직하게 꾸준하게 쓰기로 했으니 발행하자! 마음반으로 발행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오늘, 계속 브런치에서 알림글이 떠서 보니 조회수가 1000명이 돌파했단다.


(조용했던 나의 브런치에 이런 경사가! 수학은 싫어하지만 숫자에는 연연하는 사람)


(오늘의집과 어깨를 나란히 한 식물 연쇄 살인마 글. 꼭 이렇게 보니깐 내가 저 썸네일 속 식물 다 죽인 거 같네!)

엥? 이게 무슨 일이지?하고 혹시나 해서 다음에 들어가 보니 홈&쿠킹 섹션에 식물 연쇄 살인마가 올라가 있었다.


'역시 사람들은 식물 키우는 이야기보다 죽인 이야기에 공감하는 것일까?' 키우기 쉽다고 들인 화분이나, 죽이기가 더 힘들다고들 하는 선인장이나, 친구네 집에서 본 예쁜 화분이 우리집 가면 죽어나가는 경험은 누구나 했을테니깐.


인스타와 오늘의집, 잡지에는 싱싱하고 화사하고, 세련되고, 트렌디하기까지한 화분들을 장식해놓고 '자연스러운 인테리어', #플랜테리어라고 소개한다. 우리집에서 자연스러운 것은 누렇게 뜨다가 시름시름하다가 죽어나간 화분들과, 내 맘같이 안 자라고 웃자란 식물들인데(그래도 건강하게만 커다오!)


식물에 관심을 가진 이후 새하얀 가구와 볕 잘 드는 넓은 공간, 한 가득 선반에 가득차있는 토분과 예쁜 식물들을 보면서 대리만족도 느끼고, 부럽다는 생각도 했지만, 마음 한켠에는 박탈감이 자리잡았다.


결국 식물도 부동산인 것을!

넓은 집, 넓은 테라스, 방한켠에 가득 식물 선반을 둘 수 있는 여유, 혹은 햇살맛집에 쇼파와 각종 인테리어 소품이 멋스럽게 배치된 거실에 존재감 뿜뿜하는 식물들. 어느새 식물관련 이미지를 찾아보다가 이면에 다른 것들을 욕망하게 되었다. 부동산, 플라스틱 화분보다 비싼 토분으로 맞춰놓을 수 있는 경제력 같은 것을.


나는 흔한 식물들밖에 안 키운다. 스투키, 로즈마리, 테이블야자, 몬스테라, 개운죽... 꽃집에서, 인터넷으로 다 5000원 미만으로 사오고 데려온 것들이다. 식물에 대해 알아갈 수록, 희귀한 무늬종이라던지, 해외에서 직구하는 특이한 식물들의 세계도 보게되었다. 식물 가격이 100만원도 넘을 수 있구나를 처음 알았고, 예쁜 화분은 비싸구나 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다못해 물조리개도 당연히 예쁜게 비싸다.


작은집에서, 적은돈으로, 게으름과 싸우며, 그래도 식물을 키우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자연에 대해 생각해본 나날들을 브런치로 꾸준히 기록하고 싶다. 세상엔 너무 혹할만큼 예쁜 이미지가 많고, 우리는 그것들에 하루종일 노출되고, 비교하고, 주눅되고, 충동구매하고, 또 후회하지만 작고 소소하고 투박하고 조금 모자라도 즐겁게 작은집 식물 생활할 수 있다는 걸 전달하고 싶다.


대기업을 때려치고 스타트업에 들어가~,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여행 후 자아를 찾았습니다. 등의 글과 책이 난무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글을 읽으면서 외로움을 느꼈고, 자괴감이 빠졌다. 비슷한 이유로 여행에 미치다 페이지도 팔로우하지 않는다. 내가 글을 쓴다면, 수려하고 멋있는 글보다는 생활에 발붙인, 현실적인 위로가 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다음 메인하나 올랐다고 어쩌다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앞으로도 조회수에 연연하지 않고, 다른 화려한 이야기나 멋진 이미지에 주눅들지 말고, 나만의 이야기를 계속 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리고 지난번 글보고 공동 옥상텃밭 이야기 궁금하다고 하신분들이 있어서, 그 이야기도 이번 주말에 번외편으로 올릴 계획이다. (이미지에 있는게 공동 옥상텃밭)


작지만 큰 결심이었던 브런치 시작에 도움을 준 식덕 글쓰기 모임 '습지보행', 그리고 예전부터 나한테 블로그 해보라고 말했던 친구들, 회사동료들 등에게 감사를 전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흡사 분위기 시상식, 하지만 그래도 오늘 기뻤어요! 일로 내가 쓴 글 메인 올라갔을 때도 좋았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재질의 기쁨)



<작은집풀풀생활>은 목요일마다 연재됩니다. 목차는 여기서 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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