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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May 06. 2022

등산이 좋아지는 순간

등산 후 막걸리에 맛을 알아버렸다!


꽃이 좋아지면 나이든 거라고 하던데 이제는 부정할 수가 없다.

꽃놀이나 여행을 가도 셀카나 인물 사진보다는 꽃 사진이나 풍경 사진을 찍어온다.


여행을 갈 때도 예전에는 숙소 값을 아껴서 한 곳이라도 더 보고 싶어서 돌아다니고, 맛있는 거 먹으러 다녔다. 이제는 여행에서 무엇보다 숙소가 중요해졌다. 모험보다는 휴식을 목적으로 여행을 가곤 하니깐


그리고 최근에 또 좋아진 게 있다. 바로 등산이다.

등산은 어쩌다 회사 워크샵으로 가거나, 가끔 친구들과 한 번 마음을 모아 남산이나 북한산 둘레길 정도 가본 게 전부다. 알록달록한 등산복을 입고, 삼삼오오 모여서 등산을 가고, 내려와 한낮에 막걸리에 파전을 먹는 등산객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 많은 것도 싫고, 조용한 자연을 찾게 되면서 등산이 하고 싶어졌다.  비혼세 운동 소모임(팟캐스트 비혼세 듣는 사람들의 모임, 다양한 소모임이 있다)에 등산을 간다고 해서 올해 첫 등산을 시작했다.


아차산 등산 후 두부 먹는 코스라니 이건 빠질 수 없지.

저질 체력인 탓에 힘겹게 뒤따라 갔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걸으면 되니깐

등산은 생각이 없어져서 좋다. 땀이 나고, 숨이 차오르고, 경사를 오르느라 땅만 보고 걷게 되지만, 앞서 가는  일행이 있고, 걷다 보면 나올 정상이 있고, 하산해서 먹을 먹을 두부가 있으니 가게 된다.


스마트폰도 보지 않고, 잡생각도 없어졌다. 

가쁜 숨 몰아쉬며 올라가다보니  평지에서 볼 수 없던 좋은 뷰가 펼쳐졌다.

불어오는 바람도 시원하고,  따뜻한 햇빛 때문에  기분이 강제로 좋아졌다.

아차산 정상에 오르니 서울이 한 눈에 보였다. 나의 고민도 근심도 작게 느껴졌다.

힘겹게 도착한 정상에서 편의점에서 사온 양갱을 먹었다. 

신기하게 양갱을 한 입 먹고나니 다시 힘이 났다.


산 정상에서 다같이 단체 사진을 찍었다. 

마치 산악회 같은 느낌. 그런데 나쁘지 않아.


아차산 정상에서 한 컷. 



"다음에는 무슨 산에 가볼까요? 단풍철에는 버스 대절해서 지리산에 가볼까요?"

농담 삼아 한 말에 "지리산은 난이도가 높아서 서울 5개 산을 오른 뒤에 오르라고 하더라고요" 하면서 맞받아치는 사람들.


2시간 가량의 등산을 마치고 내려와 두부 김치와 부추전, 콩나물 비빔밥과 막걸리를 시켜서 먹었다.

한 낮에 등산과 내려와서 먹는 막걸리가 좋아졌다니! 이건 중년의 문턱에 든 게 틀림 없어. 

근데 그럼 뭐 어떤가 싶다. 

등산 후 내려와서 먹는 두부 김치+ 막걸리에 맛을 알아버렸다!!!


나물 같은 반찬이 좋아지고, 자연이 좋아지고, 식물 키우고, 옷보다 그릇, 이불 등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물건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들. 거기에 더해서 날 좋을 때 서울 근교에 산 부터 한 번 다녀볼까 싶고, 

등산화부터 하나 장만해볼까 싶고 그렇다.



등산에 약간 맛들려서 동네에 있는 얕은 산, 성미산 미니 산책도 해보았다. 


역시나 비혼세 운동모임 사람들과 함께,  가벼운 등산을 하고 정상에 있는 팔각정에서 간식을 나눠먹었다.


등산보다, 올라가서 먹는 간식을, 또 내려와서 먹는 막걸리를 더 좋아해서 문제인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등산이 좋다!


다음에는 인왕산을 오를 약속을 잡았다.

등산을 5번 정도 하면, 당근 마켓에서 등산화부터 마련해보겠다는 작은 꿈도 가져보면서


철따라 꽃보러, 단풍보러, 뜨는 해를 보러 산을 다녀보고 싶다.


강도 좋고 풀도 좋고 바다도 좋고 꽃도 좋지만, 이제는 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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