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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Apr 22. 2022

자가격리하며 자아 찾기

방 안에서 나와 함께 보낸 7일

아침에 일어나니 목이 따끔거리고, 목소리가 변해 있었다.

드디어 올 것이 온 것인가 싶어 자가진단키트를 했는데 희미하게 두 줄이 떴다.


병원으로 가 신속항원검사를 받았고, 조용히 진료실로 불려갔다.

음성이 나왔을 때는 카운터에서 수납했었는데, 느낌이 안 좋았다.


"코로나 양성입니다."

자가격리 통지문과 약 처방전을 받아 들고 집으로 향했다.


갑작스레 걸린 탓에 회사에 있던 노트북을 집 앞에 배달해주었다.

코로나가 한참 유행일 때 내가 코로나에 걸린다면, 좁은 집에서 갇힌채로 어떻게 보낼까 상상해본 적 있었다.

작은 집에 있는 건 너무 답답할 거 같아서 최대한 조심하자 했는데

상상은 현실이 되었고, 작은 원룸에 나 혼자가 되었다. 


밥을 먹이고, 약을 먹이고, 나를 돌보는 일 

몸에 기운이 없고 아팠지만, 약을 먹기 위해 매일 세 끼를 열심히 챙겨 먹었다.

내 상황을 알았는지(?) 마켓컬리에서 할인쿠폰을 보내주었고,

여러가지 반찬과 과일을 샀다.


과일도 먹고, 영양제도 먹고, 따뜻한 생강차와 꿀물도 매일 마셨다.

그래서인지 아프지만 건강해졌다(?)


햇살이 좋아 빨래도 했다.

겨울 이불을 빨아서 넣어두고, 수건도 햇빛 아래 바짝 말렸다.

겨울 이불을 집어 넣고, 봄 가을 이불로 바꾸어 주었다.

몹시도 귀찮은 일이지만,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만큼 일단 해버렸다. 


오랜만에 옥상에도 올라갔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었고, 햇빛도 비추었다.

돗자리가 없어 요가매트를 깔고 앉아 일광욕을 했다.

잠시 이효리처럼 혼자 옥상에서 요가하는 상상을 했으나, 이웃집과의 거리가 멀지 않아 생각을 접었다.


'멀리 가지 않아도, 햇빛만 있으면 이렇게 고요하고 좋네. 하고 생각했다.

한강까지 안 나가도 가끔 이렇게 옥상에 올라와 하는 일 없이 앉아있어도 좋겠다 싶었다. 

커피를 타와서 옥상에서 마시기도 하고, 이웃집 정원을 구경하기도 했다.


밥과 약과 기침과 잠으로 가득해던 7일은 긴 듯하면서도 금방 지났다.

옥상에서 앉으려고 주문한 캠핑 의자는 자가격리 마지막 날 저녁에 도착했다.

집에만 있으니깐 괜시레 인터넷으로 뭔가를 많이 사게 되었다.



하루 3끼를 스스로 챙겨 먹고 설거지하고 약을 먹고, 자고 쉬고

옥상에 올라가 바람과 함께 한 일주일이 나쁘지 않았다.


자가격리가 끝나고 출근한 날, 벚꽃이 가득했던 거리가 초록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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