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콜럼버스 Dec 10. 2019

"동남아 시장 만만하지 않아, 빨리보다 신뢰 먼저"

[인터뷰] 마케팅 거장, 헤르마완 마크플러스 회장


동남아시아는 인구 6억명의 거대한 시장입니다. 인구가 많은 것뿐만 아니라 평균 연령도 20대로 젊어 활력이 넘치고 경제 성장을 바라는 바람도 큽니다.



자원도 풍부하고 유라시아 대륙의 아래 바닷가를 싸고 있어 해상 교역의 요충지이기도 합니다.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죠.



정치적으로 불안하고, 근로자들이 성실하지 않으며, 사회인프라가 잘 닦이지 않았다는 점은 리스크 요인으로 꼽힙니다. 이 때문에 국내의 많은 사업가들이 동남아에 진출했다고 쓴 잔을 들이킨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특히 화교와 일본계 자금이 동남아를 휩쓸고 있어, 한국 기업들은 진출할 엄두도 못 냈습니다. 한국 자본이 베트남에 집중하는 것도 중국과 일본 자금이 베트남에는 많이 투입되지 않아서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신남방정책을 펼치며 앞으로 아세안 국가들과의 교류협력을 강화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현대자동차도 인도네시아에 연 25만대 생산 규모의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습니다. 반가운 소식입니다.




동남아는 최근 스마트폰 보급이 늘면서 ICT 혁신이 붐을 이루고 있고, 여러 유니콘이 탄생하고 있습니다. 경쟁력 있고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국내 스타트업이라면 동남아 진출을 고려해볼 만합니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7024984&memberNo=4328593&vType=VERTICAL



이에 인도네시아의 헤르마완 카르타자야 마크플러스 회장을 만나 한국 기업이 아세안 시장 진출에 필요한 점 등을 불었습니다. 헤르마완 회장은 세계적 마케팅 석학 필립 코틀러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와 ‘마켓 4.0’을 함께 쓴 마케팅 전문가죠. 인도네시아 창조경제부 아시아·태평양 총괄국장이기도 합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1637464








Q. 현재 아세안 시장의 외자유치 상황은 어떤가.


A. 일본이 가장 오래됐다. 이미 동남아 시장의 중요성을 알고 지배적 사업자다. 중국은 일대일로로 돈을 잃든 말든 투자해서 파죽지세. 한국도 물론 동남아 딜을 했지만 중요하고 심각한 시장을 보진 않았던 것 같다. 주로 선진국으로 갔다. 일본처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제 깨달은 것 같다. 아세안 한국 대사 서정인(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 준비기획단장)에게 5년 전부터 한국에 가서 아세안 시장의 중요성을 말해달라고 했다. 신남방정책으로 메콩 5개국 정책으로 한강의 기적을 만들겠다고.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5개국이 메콩강이 살아나면 뜨게 될 나라다.




Q. 아세안은 왜 한국 기업과의 연대를 희망하나.


A. 포트폴리오 다변화란 측면도 있을 것이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 한국 문화에 매일 접한다. 남녀노소 고하를 막론하고. 현지 사람들이 우러러볼 정도. 젖어 들었다. 중국 일본 자본에 한국 같은 국가가 하나 둘 더 쌓인다고 나쁠 것 없다. 당연히 한국에 호감이 더 높다. 한국 호감도가 높은데 왜 잘 못하는지 모르겠다. 정부가 일본 중국에 휘둘려서라기보다는 한국도 들어가겠다는 의지 강하다는 것을 현지 정부도 잘 안다. 한국 정부 정책도 동남아는 좋게 보고 벤치마크하려고 한다. 지금도 창조경제를 그 예로 얘기한다. 한국은 작은 나라면서도 어떻게 잘 살게 됐는지, 동남아도 급성장 하는 방법은 없는지 생각한다. 한국이 급속히 성장하는 과정을 보고 싶다.




Q. 한국에 대해 좋은 감정이 생긴 이유는.


A. 인도네시아에서 제일 잘나가는 OTT는 홍콩의 VIU다. 한국 콘텐트가 다 들어가 있다. 젊은이들이 한국 문화에 많이 빠져있다.




Q. 최근 동남아 경제의 트렌드를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는.


A. 물론 욜로다. 아무것도 소유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밀레니얼 열풍은 아세안도 마찬가지로 일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아무것도 소유하고 싶지 않고 단기적으로 경험에 많이 투자한다. 물건엔 투자 안 한다. 즐긴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인데 복고하고 있다. 5A는 예전에는 마케팅이 한정적이었는데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바뀌었다. 조금이라도 네거티브 해선 안 된다. Aware·Appeal·Ask·Act·Advocacy를 꼭 염두에 둬야 한다. 사람들은 처음 인터넷을 통해 알고 되고 매력을 갖게 되면 사람들이 소비하고, 궁금한 게 있을 대 인터넷으로 물어보고, 구매하고, 그 행동과 경험에 빠진다. 경험 마케팅에 심각하게 중요해졌다. 아세안도 마찬가지다.




Q. 인도네시아는 왜 수도를 옮기나.


A. 다들 자카르타가 가라앉고 있어 옮긴다고 말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실제로는 정치적으로 수도에만 집중돼 있는 것을 지방 개발을 위해 분산하겠다는 것이다. 칼리만탄으로 수도를 옮겨 다양성을 지키고, 수도 과밀을 해소하는 한편, 메트로시티, 스마트시티를 짓자는 전략이다. 목표가 2024년인 것은 조코 위도도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도 자기 업적을 남기고 싶어 할 거다.칼리만탄은 인프라를 다시 지어야 하고, 모던하고 테크놀로지 헤비하게 들어가는 현대적 도시다. 바닥부터 탄탄하게 진행할 수 있다. 한국 기업에도 기회가 있을 것이다.




Q. 한국 기업의 진출 전략은.


A. 현대건설이 이미 계약을 땄다. 한번 딴 계약은 연쇄적으로 딸 수 있다. 서브컨트랙터가 함께 오고 자체 서플라이 체인을 만들 수 있다. 한국 기업이 혼자 와서 혼자 나가면 그걸로 끝이지만, 일본처럼 현지 기업들과의 협업이 필요하다. 그냥 와서 외주만 주고 하지 말고 서브컨트랙터 키우고 만들어가야. 한국 대기업은 탑다운 방식이 많고, 현지 파트너를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로컬 파트너를 제대로 된 사람 찾는 것도 중요하고, 신뢰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일본의 비결은 의사결정이 느린데 비해 한번 정하면 약속을 칼같이 지킨다. 일관성 있다. 한다고 하면 반드시 끝을 낸다. 그래서 인정받는다. 한국의 ‘빨리빨리’도 강점이지만, 신뢰부터 쌓자.한국은 우리 차가 좋은 차니깐 팔리겠지라고 들어오는데 그런 방식은 한계가 있다. 현지 사람들의 체형이나 문화, 호감도에 맞춰서 커스터마이징이 필요하다. 로컬라이징을 해야 한다.




Q. 일본차도 현지화를 잘 하나.


A. 도요타가 만든 ‘KIJANG’이란 차가 있는데, 국민차로 불린다. 인도네시아인들은 자국 차라고 생각한다. 도요타는 이걸 만들면서 일본에서 갖고 온 게 아니라, 현지에서 서플라이체인을 만들었다. 일본의 기술, 방식을 갖고 와서 일본인들이 갖고 생태계를 조성했다. 서플라이치인을 만들어서 현지 기업도 같이 살아간다. 정부도 좋아한다. 도요타가 갖는 의미를 따져봐야 한다.




Q. 한국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하나.


A. 현대차는 과거 한국에서 인도에서 잘 되니깐 그 나라에 맞춘 걸 갖고 온다. 갖고 들어오면 가격은 비싼데 가격에 비해 퀄리티보다는 시장의 마켓핏이 안 맞는다. 어디선가 잘 된다고 해서 갖고 와서는 안 된다. 로컬라이제이션이 중요하다. 중국의 경우 후발주자임에도 이미 들어와 현지에 맞는 가격에 좋은 품질의 차를 만들고 있다.현대차는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 완전 프리미엄으로 가기에는 현지 구매력에 한계가 있다. 반대로 한국이 잘하는 회사는 CJ 포스코는 잘 하고 있다. 삼성 LG가 잘 되는 것은 이들이 잘하고 있기보다는 이들을 이길 경쟁구조가 없기 때문이다. 대체할만한 기업이 없어서 이들을 선택하지만, 바꿔 말하면 나중에 경쟁자가 등장하면 어찌 될지 모른다. 인도네시아에 적합한 걸 파는 게 아니다.







Q. 한국 기업이 일본과 똑같은 전략으로 승리할 수 있나.


A. 도요타는 아세안에서 확고한 자리에 있다. ASTRA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도 있다. 도요타는 굉장히 좋은 파트너를 다년간 갖고 있다. 사람들 생각에는 아스트라를 로컬 기업으로 생각한다. 영국 회사다. 인도네시아 회사인데 지분을 보면 거의 영국 회사에 가깝다. 자동차 오토바이 판매회사. 이스즈 다이하츠 도요타. 자동차 부품 쪽도 강하다. 도요타와 같이 일을 하고 있다. 현대는 현지 인도네시아 파트너가 있나 생각은 있나 모르겠다. 그걸 갖고 있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새로운 카테고리로 가면 어떤가 싶다. 전기차 등. 자카르타 공해가 심하니 정부가 전기차 도입 계획 내놨다. 신영역이 될 것이다. 무조건 현지인이 싼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안 되고 품질이 뒷받침돼야 한다. 무조건 싼 거 가져올 생각 말고 현지인의 니즈가 뭔가를 봐야. 기대치와 현실이. 자기가 가진 시장에서의 어려움,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석해야. 도요타의 아성을 허물려면 로컬 파트너 필요하다.



Q. 중국 기업도 치고 올라오지 않나.


A. 그렇다. 중국의 울링(Wuling)이 인도네시아 진출 3년 만에 자동차 시장점유율 4~5%를 달성했다. 저렴하고 제품 수준도 좋다. 다만 반중 정서가 강하고,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경계심이 있다.



Q. 아세안 경제를 휩쓸고 있는 화교 자본이 중국과 손잡으면 이길 방법이 없지 않나.


A. 물론 화교와 중국 본토 자금이 연대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중국 자본이 화교 기업을 밟고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 영역 싸움이 발생하기도 한다. 화교들의 정체성은 중국과는 다르다. 이에 비해 한국은 이미지가 좋아 이를 활용할 수 있다.




Q. 한국은 이미 베트남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A. 한국은 너무 베트남에만 집중한다. 베트남도 일당체제다. 일사불란하지만 거기서 다른 기업을 밀게 되면 나중에 고전을 겪지 말란 법은 없다. 사회주의 국가. 공산당. 정권 입김에 좌지우지. 언제 바뀔지 몰라. 인도네시아는 일사불란하지 않거나 챌린징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너무 쉬운 데만 쏟지 말라. 인도네시아가 아세안 인구의 전체의 40%다. 그랩이 동남아 시장을 섭렵하고도 인도네시아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있다. 동남아를 다 먹었는데 고젝이 버티고 있는 인도네시아에서 고전 중이다. 그걸 먹고 들어간다. 한국이 베트남에만 집중하지 말고 인도네시아 등으로 넓히고 연구도 많이 해야 한다.그리고 한국 대기업들은 대개 해외 진출 시 현지 고위 정부 관료들하고만 친분을 쌓으려고 하는데 바닥부터 훑어 올라가야 한다. 한국이 잘 되길 바란다. 도요타는 장기적 전략으로 다 먹고 들어가는데, 한국은 자기들끼리 후다닥하고 끝낸다.




Q. 한류 열풍을 이용한다고 무조건 성공하나.


A. 아니다. SK는 ‘일레브니아’(11번가 인도네시아 서비스명)라는 온라인 쇼핑몰을 갖고 갔는데, 현지인들 아무도 모른다. 돈을 엄청 썼는데 아예 안 돼서 팔고 나갔다. 현지 사업가들은 아무도 일레브니아를 모른다. 혼자서 하다가 나간 케이스다. 송중기 인기가 많았을 때 송중기를 모델로 공항에도 광고 엄청 했는데 안 됐다. 내실을 차리기보다는 홍보만 했다. 시장을 만만하게 본 것이다. 유니콘인 토코피디아, 부카라팍이란 현지 온라인 몰은 둘 다 잘 되고 있다.




Q. 현지 시장에서 일본의 이미지는 어떤가.


A. 1970년대 말랄이란 데모가 있었는데 일본이 급격히 팽창하니 ‘이것도 제국주의다’란 비판이 일어 일본 빌딩에 불지르고 난리가 난 적이 있다. 아스트라가 일본 회사 이미지가 강해서 아스타라 빌딩도 불탔다. 이에 일본은 1974년을 기점으로 소프트파워로 전략을 선회했다. 정신 세계로 들어왔다. 한국은 소프트파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 K팝 인기가 물론 많지만, 반대로 너무 한국적인 걸 내세우면 시장에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인도네시아인들이 다들 일본 만화를 보고 자라지만 그렇다고 일본을 숭배하지는 않는다. K팝을 좋아하지는 하지만 이게 소비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Q. 스타트업 등 IT 기업들의 진출 기회도 열려 있나.


A. 가능성이 있다. 대신에 크든 작든 시장에 대한 이해가 먼저다. 로컬 컨슈머를 이해하는 게 좋다. 최근 인도네시아 DNC라는 VC가 한국의 엔피포라는 사이버 보안 회사에 투자했다. 개도국 VC가 선진국 스타트업에 투자. 자기들 최초로 투자한 것. 한국 스타트업이 들어올 때 VC 투자 받고 들어오면 더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시장이 크다.




Q. 현지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떤가.


A. 유니콘들의 문제가 있다. 다들 잘 되는 것은 맞지만 이익을 내는 게 아니라 성장만 있다. 올해 새로 유니콘이 된 회사가 오보(OVO)라는 회사가 있는데, 핀테크 회사다. 립코그룹이라는 굉장히 큰 현지 회사가 있는데 거기서 나온 사내벤처다. 창업자의 손자가 만든 거다. 한국 유니콘도 마찬가지다. 아가테라는 1등 게임회사인데, 현지에서 시장점유율만이 아닌, 돈을 버는데 승부를 본다. 현지 유니콘도 돈이 아닌데, 내년부터는 이익을 내는 성장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스타트업이 수익창출을 하는 내실 있는 성장을 해야 한다. 그들 중 누가 수익을 내고 있나. 부실하다고 본다. 성장과 밸류에이션만 신경 쓴다. 실제 시장에서 평가받는 밸류도 아니고. IPO 하면 다 떨어진다.




Q. 한국 기업이 강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요소는.


A. 테크놀로지 퀄리티가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 글로벌 기업 네트워크 많다. K팝 인기 많은데 왜 활용 못하나. 한국하면 K팝 덕분에 젊은 이미지, 일본은 늙은 이미지. 일본 문화는 생활화돼 있다. 한국은 선진국으로부터 인정받았고 이를 이머징 시장으로 눈높이를 맞춰서 시장을 이해하면 잘 될 것이다. 거기서 제조를 하고 판매도 하는 식으로. 좋은 결과가 나올 것.




Q. 한국 기업인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A. 단 한 가지다. 한국에 악감정이 있을 이유가 없고 중국 일본에는 악감정이 있다. 너무 크는 게 문제다. 정확하게 현지 시장에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 문화 등도. 뭘 하겠다고 결정하면 약속을 지켜라. 신뢰가 안 쌓인다. 너무 돈이나 기술에 얽매이지 말라. 꼴불견이 된다. 소프트파워, 친한 감정을 강화해야 한다. 일본 애들이 교묘히 잘 한다. 그 두 가지만 잘 하면 된다.







작가의 이전글 끊임없는 도전, 스타기획자 이람 대표의 VC 변신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