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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스토리 Aug 30. 2020

좋은 곳엔 좋은 사람이 산다

치앙마이에서 실수를 범했으니 교훈으로 삼고 진짜 제대로 쉴 때가 왔다. 

우린 러시아를 통해 조지아로 넘어와 우리만의 숙소를 구해 달콤한 신혼 한 달 살기를 시작했다.

물가도 싸고, 사람 좋고, 음식 맛있는 조지아 모든 게 완벽했던 한 달 살기

그 시작은 뜻밖의 좋은 인연을 만나 시작되었다.


첫 인연


'세계여행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조지아 트빌리시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오시게 되면 연락 주세요.'


모르는 사람에게서 뜬금없는 연락을 받았다. 프로필 사진으로는 연령도, 성별도 알 수가 없다. 여행 가기 전 여행 드로잉 수업을 듣기 위해 네 번 방문한 화실에 다니시는 분인데 선생님을 통해 내 여행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세상이 얼마나 험한데 누군지 알고 나를 보자고 할까. 예의상 '몇 달 후 조지아에 갈 계획이다' 답장을 보내고 넘겼다. 그러다 몇 달 후에 다시 연락이 왔다. 언제쯤 조지아에 오냐는 연락이었다. 이 사람은 누군데 나를 이토록 만나려 할까 의구심이 생겼다. 원래 사람을 잘 믿는 성격의 나는 태국 방콕에서 이미 사기를 한 번 당할뻔했다. 돈은 몇 푼 잃지 않았지만 시간을 잃었고 그 후론 나에게 접근해오는 모든 사람을 의심해야만 했다.  그래서 이 사람도 분명 목적이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좋다, 어디 한 번 만나보자.' 나는 든든한 곰돌이 같은 남편이 있으니까.



첫인상


'뭐야, 저기 차 범퍼 나간 것 좀 봐!! '

'그러니깐, 여기는 전부다 범퍼 없는 차들이네?'

'범퍼 도둑이 다 훔쳐가 봐.. 여기 치안 진짜 안 좋은 곳인가 봐, 조심해야겠다.'


트빌리시에 도착해 숙소를 찾아가는 동안 범퍼 없는 수많은 차들을 보고 생각했다. 위험한 나라구나, 도둑이 많구나. 쌀쌀한 겨울 날씨에 도시는 회색빛이었고 구소련의 흔적이 가득 담긴 동네를 보면서 러시아에서 겪은 안 좋은 일들이 떠올랐다. 그 모든 것들이 더해져 우리에게 더 경각심을 갖게 했다.

 

몇 달 전부터 연락 온 화실 동기의 도움으로 트빌리시에 한 달 동안 머무를 숙소를 구했다. 그 외에도 맛집, 가볼 곳 등 메신저로 많은 도움을 받았고 경계심이 살아졌다. 도움을 받고서야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해졌다. 왜 낯선 이를 도와줄까, 왜 우리에게 잘해줄까? 궁금해졌다. 인연일 수도 있겠다. 의구심 대신 관심이 생겼다. 낯선 사람에게 선뜻 시간을 내어 도와주던 그 사람을 만나기로 했다. 약속 장소에 한 중년부부가 나와있었다. 선교사 활동 중이라는 부부는 조지아에 온 지 7년 차였다. 수도 트빌리시가 아닌 외각 텔라비에 거주한다는 부부는 우리에게 텔라비를 구경시켜주겠다며 함께 집으로 갈 것을 권했다.


낯선 사람의 집으로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덜컥 집까지 초대받아도 되는 걸까? 어쩌다 보니 수락하게 되고 어쩌다 보니 차를 얻어 타고 살고 계신 텔라비로 가게 되었다. 사실 차 안에서도 불안해 누구와 어디로 가게 되었는지 보낸 내용을 캡처하고 아이디를 자매들에게 알리는 등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나의 위치를 알렸다. 


걱정과 달리 정말 좋은 사람이었던 선교사 부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는 배려해주는 마음에 따뜻했다. 세상엔 좋은 사람도 참 많다. 아무런 대가 없이 그저 사람이 좋아, 사람이 그리워 호의를 베푸는 사람들... 

세상이 위험해졌다고 하지만 아직은 따뜻한 사람들이 있기에 살 맛 나는 세상 같다.


선교사 부부의 안내로 텔라비와 시그나기의 구석구석을 볼 수 있었고 조지아에 대해 알아가는 귀중한 시간을 보냈다. 우린 또 다음의 만남을 기약했다. 생각해보면 얼마 만에 우리 부부가 아닌 다른 사람과 한국어로 대화를 하는지 모르겠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차



관광지에서의 호객행위, 들러붙는 사기꾼들, 이익을 남기려는 장사꾼들. 여행을 하다 보면 많이 걸어서 혹은 길을 잃어서, 계획이 꼬여서가 아닌 사람들 때문에 피곤하고 지치게 되는 게 더 크다.. 'No Thank you'를 외쳐도 끈질기게 따라붙는 흔히 말하는 삐끼들...

그들로 인해 우린 예민해지고 경계심을 세워 나를 보호하며 여행한다. 그렇게 여행을 하다 보니 모두가 적 같고 함정 같아 보인다.  우리가 경계를 풀지 않고 약속을 잡지 않았다면 아마도 지금의 귀중한 인연은 만날 수 없었겠지? 


인연은 어디서 올지 몰라요
그러나 경계를 늦추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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