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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스토리 Sep 01. 2020

사람이 좋아! 동행이 좋아!

고마워요, 모두

여행 초반, 나의 여행 만족도는 숙소에 따라서 결정되었다. 여행 중반,  여행 만족도는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에 따라 그 나라의 좋고 싫고 가 갈렸다.


우린 늘 둘이었다.
그러다 동행이 찾아왔다.



첫 동행 빨간 점퍼 청년


여행을 떠난 후 24시간 붙어 있는 우리. 싸우고 또 싸우고 의견이 갈리면 서로 내가 옳다고 고집을 내세우기 바빴던 우리. 서로를 너무 잘 아는 우리 둘이기에 함부로 대하기도 하고 이야깃거리가 고갈되어 서로 게임을 다운로드하여 대화 대신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던 때가 있었다. 그때 우연히 우리의 여행에 새로운 바람을 넣어 줄 산뜻한 청년 '홍근'이가 찾아왔다.


조지아에서 만나 아르메니아 여행을 함께 하기로 했는데, 사실 서로 잘 모르기 때문에 그리고 서로의 일정을 맞춰 줄만큼 아직 친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린 오는 날도 달랐고 숙소를 함께 예약하지도 않았다. 돌이켜보면 계획을 짜기 귀찮음 때문이었는지 둘이서 너무 지루하고 심심해서였는지 우리가 홍근이를 따라다녔던 게 맞는 것 같다.


그렇게 우리의 구애 속에 함께 도미터리까지 입성했다. 둘이 아니라 셋인 여행은 생각보다 신나는 일이었다.

새로운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게 너무 재미있었고 홍근이는 내 마음을 잘 알아주면서 남편 편도 잘 들어줬다. 누군가가 있어서 그런지 우리는 서로를 대하는 게 둘이 있는 것보단 조심스러워졌다. 막말과 욕도 자제하게 되고 의식적으로 양보도 하게 되고 배려를 하는 순간이 생겼다. 나도 너무 내 고집만 부리기보단 홍근이의 눈치를 보면서 움직였기 때문에 남편도 만족하지 않았을까 혼자 생각한다.


동행이 생기니 우리 부부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늘었다. 원래 둘이서 찍으면 거의 셀카였는데... 그리고 우린 아르메니아에서 처음으로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다. 둘이여도 남편이 있어 든든했겠지만 셋이라 더 겁이 없었다. 성공적인 히치하이킹 이후 여행 중 용기를 내어 몇 번의 히치하이킹을 더 하게 되었다. 이게 다 동행 덕분이다.


아쉽게도 아르메니아의 모든 일정을 함께 하진 않았다. 우리가 불편했던 걸까. 예레반에서 서로 가고자 하는 길이 달라 하루는 따로 여행을 했는데 나름 좋았음에도 밥 먹을 시간이 되니 혼자 무엇을 먹고 있을지 홍근이 생각이 계속 났다.  



누구에게는 지루한 여행을 달래줄 잠깐의 동행일 수도, 그저 목적이 같아 움직이는 금전적인 관계일 수도 있는 동행. 하지만 나에겐 나 대신 말 많은 남편을 상대해줄 구세주, 한국에 있는 동생이 떠올라 챙겨주고 싶고 장난치고 싶은 친동생, 남편에게서 내편을 들어주는 내편, 기독교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가이드 같은 동행이었다.



둘 뿐인 여행에
네가 찾아와서 참 다행이야.




친절한 아르메니아 사람들


시골마을, 눈으로 뒤덮인 마을은 날씨가 추워서 인지 인적이 드물었다. 여행하는 계절이 아니어서 일까? 어딜 가나 사람이 적었다. 마을 중심에서 택시를 타고 세반 호수까지 왔는데 집에 가려니 택시 잡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여보, 미인계 좀 써봐!'

'그래? 함 해봐?'


장난스럽게 그리고 용감하게 지나가는 차를 향해 엄지를 세우고 손을 흔들어 댔는데 두 번째 차가 바로 섰다.

모두 당황했다. 이렇게 쉽게?? 여자 혼자서는 절대 쉽게 시도할 수 없을 상황이지만 난 든든한 남편과 동행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차에 올라탔다. 알고 보니 아저씨는 우리 호스텔 방향도 아니셨다. 정반대였지만 기꺼이 우리를 호스텔까지 태워다 주시고 돌아가셨다.


처음이 어렵지 , 그다음은 쉽다는 말처럼 다음날에도 관광지에서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버스가 일찍 끊겼는지 오지 않아 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한적한 마을, 빈티지한 차들 사이에 BMW가 눈에 들어왔다. 거울이나 봐야지 하고 차를 들여다보았는데 안에 사람이 있었다. 놀라서 소리를 '꺅!!!!!!!' 지르고 미안하다고 연신 사과를 했다. 빨개진 얼굴을 가리려 황급히 뛰어갔다. 그때 뒤에  BMW가 쫓아왔다. 버스 타는 곳까지 태워자 주겠다는 것이다. 우린 그렇게 운 좋게 두 번째 히치하이킹을 하고 버스 타는 곳에서 기다리는데 이번엔 트럭이 멈춰 섰다. 터미널까지 데려다주겠다는 기사. 트럭에 몸을 싣고 무사히 터미널까지 도착했다.


물론 나는 체격 좋은 남편이 있기에 남의 차를 덥석 잘 얻어 탔지만, 나 홀로 여행객이라면 신중해야 할 것이다.



좋은 동행, 좋은 사람들을 만나
무사히 마친 아르메니아 여행.
누군가 사람 좋은 곳을 묻는다면
 바로 이곳 '아르메니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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