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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스토리 Sep 10. 2020

여보, 우리 여기에 살자!

지상낙원 '페티예'

'방학에 뭐했어?'

'응, 나는 호주에 사는 고모댁에 다녀왔어.'


어릴 적 외국에 이모, 고모가 있다고 놀러 가는 친구들을 보며 항상 부러웠다. 그건 성인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난 나중에 외국에 살아서 가족들이 편하게 와서 쉬다 가고 놀러 올 수 있는 그런 외국에 사는 이모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한국에 살기보다는 늘 외국 어딘가에 살길 원했다. 여행을 하면서 내가 살고 싶다고 한 곳은 싱가포르나 쿠알라룸푸르 같은 도시였다. 그런데 여행을 하다 보니 도시보다는 외각에서 한적하고 조용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살고 싶은 나라


조지아 바투미에서 육로를 통해 터키로 와 버스에서 내렸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Welcome to turkey!'


지나가는 차에서 굳이 창문을 열고 환영인사를 해줬다. 에어비앤비 주인을 기다리는데 건너편 이웃집에서 굳이 집에서 기다리라며 따뜻한 티와 전통 케이크를 내어주셨다. 에어비앤비 주인은 저렴한 지하방을 예약한 우리에게 선물이라며 맨 꼭대기 루프탑 방을 내어주었다. 파묵칼레에서는 뽀통령이 되어 거한 환영인사를 받았다. 터키에서 와서 한 순간도 행복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터키는 사람들도 너무 좋았지만 자연 또한 정말 어디 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곳이 없다. 그중에서도 나는 '페티예'에 살기를 꿈꾼다. 내게 이런 바람을 넣은 것은 에어비앤비 숙소 주인이었다. 30대 중반의 그녀는 러시아 국적이지만 터키 남자와 결혼해서 이곳에서 산지 2년 정도 되었다고 했다. 6가구가 모여사는 전원주택에 이웃끼리만 쓸 수 있는 전용 풀장, 정원 앞 오렌지. 그리고 깨끗하다 못해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환상적인 바다가 있는 곳. 물도 좋아하지 않는 내가 홀딱 반해버렸다. 노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하지만 외국에서 산다는 건 정말 계획할수록 많은 문제를 생각해야 하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여행하다 다쳐보고 아파보고 데어보니 느끼게 되었다. 만약 아기까지 있다면 우리 둘만의 문제가 아니니 훨씬 복잡해질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 페티예에서 보냈던 꿈같은 시간이 아른거려 계속 외국에 살기를 꿈꾼다.


살기 좋은 나라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면서 살고 싶은 곳도 많아졌다. 유럽을 여행하고 보니 독일 드레스덴과 이탈리아 돌로미티, 네덜란드 어딘지 모르는 시골마을, 그리고 남미에서는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등 잠깐 머무를 때 좋았던 곳, 경치가 아름다웠던 곳은 살고 싶은 나라 후보지에 올랐다.


우리의 여행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갑작스럽게 종료가 되었는데 남편은 아르헨티나에서 존버 하길 원했다. 하지만 겁 많은 내가 울고 불며 애원했다. 코로나에 걸려도 한국에선 살 것 같은데, 여기서 걸리면 죽을 것 같다고 밤새 울어댔다. 결국은 귀국을 선택해 한국 땅을 밟았다. 


한국으로 입국해 자가격리를 하고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받고 일상으로 돌아오니 가장 살기 좋은 나라는 우리나라 ‘대한민국’ 이였다. 외국에서 무질서와 허술한 의료체계들, 동전 뒤집듯 바꿔버리는 정책들을 몸소 겪은 우리는 조국의 감사함을 더 뼛속으로 느낀다.



어른들이 말하곤 한다. 늙으면 다 자기 고국으로 돌아온다고. 귀에 들어오지도 않던 그 말이 이 꼴 저 꼴 다 보고 나니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알 것 같다. 


금전적인 여유가 생기게 된다면 대한민국 어딘가의 시골에 마당 있는 예쁜 집을 짓고 외국에서 살 듯이 여유롭게 살아야겠다.



귀국하지 않고 끝까지 여행하겠다며
아르헨티나에 존버 했다면...
우리 어떻게 되었을까? 그때 울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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