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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스토리 Sep 11. 2020

아직은 단단하지 않아서

악플에 대처하는 마음

여행을 하면서 남편은 유튜버 꿈나무를 꿈꿨다. 조지아에 한 달 살기를 하면서 여유롭다 보니 이곳저곳 영상을 많이 찍어 올렸는데, 조지아가 한국에서 인기몰이를 하면서 우리의 영상을 보는 사람이 늘었다. 조회 수가 늘면서 무플에서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다. 남편이 카메라로 들고 찍으니 모델은 거의 나였다. 고로 욕먹는 것은 나였다. 원하지 않는 여행을 나와 이젠 모르는 사람에게 욕도 먹는다.


검은 손가락들

나는 악플을 달아본 경험이 없다. 연예인들이 악플에 시달려 고통스러워하며 생을 마감할 때 안타깝고 그 악플에 상처 받았을 마음을 생각하면 괜히 내가 미안해지곤 했다. 그러다 내가 첫 악플을 보게 되었다. 욕설이 난무하는 댓글도 아니었고 나를 모욕하는 댓글도 아니었지만 그 작은 화살에도 누군가 나를 비난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나는 가슴이 아팠고 속상해 하루 종일 울었다. 


첫 악플은 '한국인 망신이다'라는 내용의 악플이었는데 프리마켓에서 가격을 깎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마 내가 유명한 유튜버이거나, 제시 같은 센 언니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면 그 사람은 댓글을 달았을까? 직접 볼일이 없을 테니 심심풀이로 나를 타깃으로 삼았는지 모른다. 나를 상처 주려는 목적이었는지 모르지만 그게 목적이라면 아주 적중했다. 초보 유튜버였던 나에게 댓글 무서운 매질이었고 그 매질을 피하려 남편을 찾아 뒤에 숨었다. 


 하지만 남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는 마이웨이 스타일의 남편은 그딴 댓글은 읽지도 신경 쓰지도 않았다. 답글을 달아주라는 내 성원에도 끝까지 답글 하나 써주지 않았다.  결국 내가 답글을 스스로 달았고 다시 돌아온 화살촉에 즉사하고 말았다. 사과를 받으리란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무차별한 공격에  나가떨어졌다. 이제 댓글이 달렸다고 알람이 떠도 보기가 두려워 보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악플에 대한 충격이 점점 잊힐 때쯤 남편이 나를 불러 말했다.


'야, 너 악플 또 달렸더라?'


마치 악연인 친구에게 넌지시 던지는 말투. 그는 왜 그랬을까. 악플에 힘들어하고 영상을 찍을 때마다 이러다 또 욕먹는다고 힘들어하는 나에게 왜 그랬을까. 굳이 왜 알렸을까. 아마도 자신이 악플에 상처 받지 않고 무시하기에 나도 그러리라 생각했을까. 아님 내가 좀 단단해졌나 보려던 걸까? 


남편이 던진 그 무심한 한 마디가 또 부부싸움으로 이어진다.


악플에 대처하는 법


영상을 올리면 참 별별 댓글이 달렸다. 처음엔 눈물을 흘리고 욕했다. 그러다 댓글에 반응하면 또 다른 공격이 날아온다는 것을 알았고 남편은 나의 방패가 돼줄 생각도 나의 흑기사가 되어 용맹하게 키보드를 두드릴 용사가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나는 용병을 모집했다. 여행하다 만난 사람들에게 유튜브에 달린 댓글로 상처 받은 이야기를 했고 나를 안타깝게 생각한 친구들은 나를 옹호하는 댓글을 달아주었다. 대중의 힘이란 게 이런 것인가? 더 이상 악플이 달리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악플은 점점 잊히고 나도 익숙해지는 듯하다. 


하지만 사실은 아직도 '띠링' 댓글 달리는 소리가 나면 덜컥 겁부터 난다. 마치 복권 번호를 확인하는 것처럼 글을 가리고 조금씩 앞에서 부터 읽어나가기 시작한다. 쓴소리가 나올 것 같은 뉘앙스면 마음을 졸이며 조심스럽게 눈을 움직인다.


쉽게 상처 받았던 나에게 여행이 다 끝난 지금은 제법 단단해졌으니 괜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 다. 

신경 쓰지 않는다고 이제 괜찮다고, 무시하라고 스스로 주문을 외우지만 여린 마음 위에 그저 시간이라는 약을 바르고 세월이라는 덮게 하나를 씌워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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