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걷기에는 금세 너무 더워져 버렸다. 아침 7시 남편이 출근하고 뒤따라서 모자만 쓰고 나온 오전 시간, 혹은 저녁을 먹고 정리 마치고 밤 9시쯤 걷는다.
그날 밤 자려고 누웠을 때 마음속에 걸리는 것 하나 없는 게 행복이다는 말을 좋아한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자주 걸었는데, 발걸음 걸음마다 발 끝에 무거운 고민들이 걸렸으니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던 건 분명하다. 바지 주머니 오른쪽에는 불안함이, 반대쪽에는 두려움이 손을 넣을 때마다 손 끝에 잡혔다. 공항에서 12시간을 뛰어다니느라 땀 범벅에 녹초가 되었지만 어째 헛헛한 마음에 걷는 밤엔 ‘이 일을 이 월급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오후에 출근하기 전 햇빛을 쐬고 싶어 집 근처를 걸으면서 ‘오늘 제발 무난한 고객들만 만나 큰 일없이 지나가길’ 바랐다. 출근하기 전에도, 후에도 벌 받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오늘의 벌 시간을 겨우 넘기고 내일을 기다리는 것처럼.
결국 답을 찾아서 회사를 그만두고 걷는 이 시간, 발 끝에 걸리는 것 없이 걸음이 가볍다. 분명 요즘은 행복하다. 주머니 오른쪽에는 평온함과 왼쪽에는 설렘이 손 끝에 잡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