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닿지 못할 말 - 시, 초록빛 봄의 풍성한 머리카락, 그리고 아버지

by 블랙스톤
호수, 그리고 산 위 홀로 선 나무.jpg


솨아아

바람 소리에 고개를 드니

초록 물결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

그 손길 사이로 살며시 스며드는 익숙한 계절 내음

어제를 지나 어릴 때까지 은은하게 스며들어

여전히 풍성하게 흩날리는 그 초록빛,

내가 하얗게 세어져도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을 그 익숙함,

오손도손 따뜻할 거라며 내게 속삭여

그 작은 토닥임이 나를 지나

언제나 풍성함을 고대하던 아버지에게 가 닿아

몇 가닥 근심처럼 솟아오른 쑥을 뽑아낸 자리

파릇파릇 봄이 올라선 봉분을 쓸어주네

고목처럼 말라 가면서도 휑해진 머리를 쓰다듬으며

풍성한 머리가 있는 사진으로 부탁한다며 씩 웃었어

그 웃음의 주름 숫자마저 내가 조금 더 많아진 것 같은데

이제야 초록으로 조금 풍성해졌는데

가득 차야 할 자리가 허전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