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아우라라는 것
06년 10월 불가리아
불가리아 국경 근처 국도변을 지나다 만난 풍경. 자전거를 타고 몇백 미터를 지나쳐 갔다가 결국 다시 돌아와 이 사진을 찍었다.
Adid, Nike & Reebok.
이 글로벌 브랜드들의 간판이 자아내는 느낌이 마치 영화 속 대재앙 이후의 지상 풍경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 누가 이 브랜드들이 이런 느낌을 자아내리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 일부러 꾸민 것이 아닌, 자생의 환경에서 만들어져 뿜어져 나오는 황량한 아우라. 아마 저 브랜드들의 홍보 담당자가 본다면 기겁할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또는 어떤 것의, 이름이란 것이 지니고 있는 무게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이름이란 고유 명사가 품는 가치란 무엇일까? 누군가의, 무언가의 이름이 발하는 아우라란 어떠한 것일까?
서른 몇 해의 생을 사는 동안 쌓아 올린 내 이름의 가치는 얼마나 될지 궁금해졌다. 단순한 수치로 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다만 스스로를 걸고 내어 놓을 수 있는 내 가치가 어느 정도일지 알고 싶다.
나를 둘러싼 유형, 무형의 수많은 원소들이 뒤섞여 만들어 내는 것이 내가 지닌 가치이다. 그 원소들은 내가 걸어온, 보여줬던, 그리고 행동한 의지들의 결과물이다. 그러니 나를 이루는 것, 내 가치를 일구는 것, 그리고 나 고유인의 아우라를 발산토록 하는 것은 결국 나다.
사진 속의 풍경을 처음 보았을 땐 조금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 거대했던 것들의 쓸쓸한 끝을 보는 기분.
내가 걷는 길이 잘못 된다면 언젠가 나 자신의 마지막 모습도 이 사진처럼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든다. 정말로 그러지 않으려면 마음 속에 조금의 두려움을 남겨 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나의 시간과 가치를 낭비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작은 채찍으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