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속을 거닐다 - 어윈 블루멘펠드

<Erwin Blumenfeld>

by 최다운 바위풀


사진가 어윈 블루멘펠드 (Erwin Blumenfeld).



5번가의 에드윈 훅 갤러리는 거리의 명성에 걸맞게 고급스러웠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이미지들 또한 거리의 이름에, 갤러리의 우아함에 뒤지지 않는 아름다움으로 가득했다. 독일 출신 사진가 어윈 블루멘펠드 이야기다.



리처드 아베돈과 어빙 펜과 같은 후대의 사진가들에 길을 내주었다는 평가를 듣는 그의 이미지들은 우아하면서 몽환적이었다. 전시장을 거니는 일이 마치 꿈속을 걷는 듯한 기분이었다. 베일에 비친 그림자, 거울에 비친 형상, 솔라리제이션과 같은 기법을 활용해 만든 초현실주의 성향의 작품은 사진이 빛과 그림자의 예술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 주었다.



수십 년 전의 이미지라고는 믿을 수 없는, 빛 바랜 톤만 아니라면 현대의 작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사진들. 그러니 한때는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사진가였다는 얘기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내 마음을 끈 것은 은은한 베일에 비친 여인의 그림자였다. 뒤쪽에서 비쳐온 강렬한 조명이 만든 그림자가 여인의 몸을 빠져나와 베일로 스며들었다. 마치 스스로의 생명을 가진듯한 그림자가 천천히 베일 위를 흘러갔다. 그리고 절정. 그림자는 다시 자신을 탄생시켜 준 여인과 만났다. 뾰족한 코끝에서, 봉긋이 솟아오른 가슴의 끝자락에서 여인과 여인(그림자)이 만나는 한순간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에로틱함이 프레임을 지배하고 있었다. 이것이 진정 팔십 년 전의 이미지라는 말인가. 사진이 준 긴장으로 온몸이 떨릴 정도였다.”



“수십 년 전의 빛바랜 사진들이 지금까지도 이만한 감동을 줄 수 있는 힘은 어디에 있는 걸까? 블루멘펠드의 이미지들은 복잡한 사진 기술을 알지 못해도, 초현실주의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도 그것이 품고 있는 아름다움을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세상 사람 모두가 인정하는 똑같은 미의 기준이 존재한다면 그의 이미지들은 그것에 가까이 간 것일지도 몰랐다. 그렇기 때문에 이처럼 세월을 뛰어넘는 아름다움을 간직할 수 있던 것 아니겠는가.”




Edwynn Houk Gallery, New York.


2018.04.


Fuji X-Pro 2 / Color Skop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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