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들>
하워드 그린버그 갤러리 - 이민자들
이방인의 역사를 읽다.
<이민자들 (The Immigrants)>.
미드타운의 풀러 빌딩에 자리한 하워드 그린버그 갤러리는 1981년 개관했으니 내 나이만큼의 연혁을 쌓은 유서 깊은 사진 갤러리이다. 뉴욕에 있을 때 이곳의 전시를 자주 보러 다녔다. 사울 레이터의 그림과 아놀드 뉴먼의 초상 사진들,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와 루이스 하인의 백 년이 넘는 빈티지 프린트들도 모두 이곳에서 만났다.
그중에서 오늘 얘기하고 싶은 것은 2018년 초에 찾아간 <이민자들> 전시다. 지난 세기 동안 이방인들이 겪어 온 수난을 기록한 순간들을 모아 그들의 역사를 알고 지금의 우리를 돌아보자는 취지에서 기획한 전시였다.
처음 전시장을 찾았을 때 눈길을 끈 사진은 앤설 애덤스의 네바다 풍광이었다. 섬세하고도 정교한 톤으로 인화한 그의 작품은 작가의 명성에 걸맞은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째서 애덤스의 풍경 사진이 이 전시에 걸린 걸까?
마침 옆을 지나가던 직원에게 질문을 던졌다.
“저기, 다른 사진들은 알겠는데 혹시 이 사진은 왜 여기 있는 건가요?”
“아, 이 사진? 여기 제목 보이지요? ‘만자나르에서 바라본 윌리엄슨 산’이라고. 혹시 만자나르가 어디인지 알아요? 그건 2차 대전 때 미국에 살던 일본인들을 강제 수용한 캠프예요. 그러니 애덤스의 이 풍경은 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이 바라보았을, 어찌 보면 닿을 수 없는 자유 같은 풍광인 거지요.”
직원의 설명을 듣고 나니 머리 한쪽이 울리는 기분이었다. 그제야 사진가의 뒤에 있었을 이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머나먼 타향에서 힘들게 일궈 놓은 삶의 터전을 하루아침에 빼앗기고 강제로 끌려와야 했던 그들에게 이 풍경은 무엇이었을까? 눈에 보이지만 만질 수는 없는 신기루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아름답기만 한 풍경의 이면에 담긴 역사의 잔인함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애덤스의 사진 옆에 나란히 걸린 건 도로시아 랭의 사진이었다. 그녀는 일본인들을 태운 강제 수용소행 기차의 문이 닫히고 출발을 기다리던 풍경을 담았다. 눈물을 찍어 내는 여인의 모습에선 애환이 느껴졌다. 직원은 설명을 덧붙였다.
“그거 알아요? 2차 대전 때 미국 정부는 애덤스의 이 풍경 사진은 공개를 허락했지만 랭의 사진은 공개를 못 하게 했어요. 동정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지요.”
승자의 그림자에 가려진 패자이자 이방인의 수난사였다. 두 사람의 사진은 마치 물과 불처럼 극명하게 다른 방식으로 그들의 슬픔을 껴안고 있는 듯 보였다.
하워드 그린버그의 전시는 루이스 하인이 1905년에 찍은 뉴욕 엘리스 아일랜드의 사진으로 시작해 매그넘 사진가 알렉스 마졸리가 찍은 그리스 레스보스섬의 사진으로 끝났다. 한 세기가 넘는 시간이 두 장의 사진 사이를 채우고 있었지만, 이방인으로서 겪어야만 하는 고난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아니 어쩌면, 오히려 더 심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뉴욕에 도착한 유럽인들이 기회의 땅을 찾아왔다면 그리스 해안에 발을 디디려 아수라장이 된 중동의 전쟁 난민들은 생존의 땅을 찾아온 것이니까.
갤러리 큐레이터는 한 인터뷰에서 말하길, 사람들이 전시를 통해 지금 우리를 돌아보길 바란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이방인과 약자, 소수자를 배척하는 목소리가 공공연히 힘을 얻는 이 세상을 더 늦기 전에 돌아보아야 하는 것 아닐까. 수십 년, 백 년 뒤 우리가 만날 풍경이 또 다른 만자나르가 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전시는 루이스 하인이 1905년에 찍은 뉴욕 엘리스 아일랜드의 사진으로 시작해 알렉스 마졸리가 찍은 2015년의 그리스 레스보스섬의 사진으로 끝났다. 하인은 대서양을 건너 뉴욕에 첫발을 디딘 유럽인들의 모습을 담았다. 오랜 항해를 버텨내고 마침내 신대륙에 도착한 그들은 조금 두려워 보였다. 아마 새로운 기회에 대한 희망과 미지에 대한 두려움이 혼란스럽게 마음속을 맴돌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로부터 백여 년이 지난 2015년, 매그넘 사진가 마졸리가 찍은 레스보스섬의 풍경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어떻게든 유럽 대륙에 발을 디디려고 죽을힘을 다하는 중동의 전쟁 난민들은 백 년 전 유럽인들처럼 살기 위해 그곳을 찾았다. 한 세기가 넘는 시간이 두 이미지 사이를 채웠지만, 이방인으로서 겪어야만 하는 고난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21세기의 그들 또한 20세기의 그들이 그랬듯 살기 위한 투쟁 중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그 고난이 오히려 더 심해졌다고 해야 할까. 지금의 이방인들이 찾아 헤매는 것은 기회가 아닌 생존의 땅이니까 말이다.”
“사십여 명의 사진가들이 담은 기록은 개개로 보면 하나의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 각각의 사건들을 세월을 따라 이어 놓으니 역사가 그려졌다. 그 안에 지난 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방인이 겪었던 수난의 시간이 담겨 있었다. 갤러리 큐레이터는 한 인터뷰에서 말하길, 우리가 이 역사를 통해 현재를 돌아보길 바란다고 했다. 지금 우리의 모습을 생각해 보라. 이방인과 약자, 소수자를 배척하는 목소리가 공공연히 힘을 얻는 사회가 아닌가? 그러니 지금이야말로 더 늦기 전에 돌아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수십 년, 백 년 뒤 우리가 만날 풍경이 또 다른 만자나르가 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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