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위의 은하수를 만나다

<Falling Water>

by 최다운 바위풀

땅 위의 은하수를 만나다


<Falling Water>


권부문.



내 인생의 은하수를 만난 건 십여 년 전 어느 봄날, 타클라마칸 사막을 달리던 밤이다. 칠흑 같은 어둠이 사위를 감싼 그 날 밤, 우연히 고개를 돌려 하늘을 바라보았을 때 깨달을 수 있었다. 어째서 은하수가 ‘은빛 강물(銀河水)’로, ‘우윳빛 길 (milky way)’로 불리는지를 말이다.



첼시의 스타벅스에 앉아 뒤적이던 소책자의 한 페이지에서 눈을 떼지 못한 것도 그래서였다. 플라워스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부문의 전시 포스터에는 짙푸른 은하수가 담겨 있었다. 혹시 이곳에 가면 다시 한번 볼 수 있을까? 그날 밤 그 하늘을. 갤러리로 향하는 발걸음이 조금 들뜬 것도 그래서였다. 입구의 유리문 사이로 이미지와 마주쳤을 때 생각했다. 그래, 기대가 헛되지 않았구나.



해외에서 부문(Boomoo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사진가 권부문은 오랜 시간 자연의 변화와 경이를 사진에 담아 온 작가이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이미지들을 대형 인화하여 관객에게 선을 보인다. 대형 이미지는 “텍스트가 아니라 현상으로 제시되고 그 앞에 서는 경험조차 재현해” 낸다고 말한 부문은 오직 대형 인화를 통해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보았다. 예전에 현대 미술가들이 관람자의 시야를 그림으로 가득 채워 하나의 장(field)을 형성하려 했듯 그 또한 시야를 압도하는 이미지를 통해 관객을 그 안으로 불러들이려 한 것이다. 거대한 이미지들로 둘러싸인 전시장에 서니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을 듯했다.



그런데 이곳까지 나를 끌어당긴 은하수는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진가의 프레임에 담긴 건 아이슬란드에 있는 스코가 폭포였기 때문이다. 클로즈-업으로 찍은 물기둥에서 피어오르는 무수한 물방울이 햇살에 부딪히며 반짝였다. 그 햇볕 조각들이 수억 개의 별빛이 되어 흘러내렸고 폭포를 따라 조밀하게 뭉친 별 무리의 길이 그려졌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청색조 흑백 (monochromatic blue)의 톤이 덧입혀졌다. 그렇게 폭포의 물줄기는 별의 길로, 그리고 짙푸른 밤하늘로 다가가며 내 마음 한편 사막의 은하수를 불러내었다.



한 평론가의 말처럼 부문의 피사체는 더는 아이슬란드에 있다는 한 폭포가 아니었다. 그건 ‘떨어지는 물’로 일반화할 수 있는 하나의 물줄기였다. 자신을 구속하던 ‘폭포’라는 관념을 벗어던진 그 물줄기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그의 이미지 앞에서 은하수를 떠올린 것도 그래서는 아니었을까?





“당신은 밤하늘을 흐르는 강물과 마주한 적이 있는가? 촘촘하게 흩뿌려 놓은 별의 무리가 그린 군청색 하늘의 길, 은하수 이야기다. 내게는 십여 년이 넘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한순간이 있다. 칠흑같이 어두운 타클라마칸 사막을 달리던 어느 봄날의 밤이었다. 지친 고개를 들어 우연히 하늘을 바라보았던 그 날 밤, 별이 쏟아진다는 말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사막의 밤하늘 아래서 난 처음으로 진짜 은하수를 만날 수 있었다. 이래서였구나. 사람들이 은하수에 ‘은빛 강의 물결(銀河水)’이라는, ‘우윳빛 길(milky way)’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붙여준 까닭은.”



“권부문은 이전에도 스코가 폭포를 찍은 적이 있다. 그때는 멀리서 바라본 폭포의 전경 을 보통의 흑백 톤으로 인화했다. 수직의 물줄기와 수평의 수면이 대비되는 정중동의 풍경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직 폭포 줄기만을 크롭하여 담은 뒤 푸른 빛 톤을 덧입혀 전혀 다른 풍경을 창조했다. 내 눈길을 붙잡은 것이 다름 아닌 땅 위의 은하수라니. 이미지가 풍기는 신비한 매력에 사로잡혀 오래도록 전시장을 서성거렸다.”




“권부문을 오래 지켜본 평론가 쿠라이시 시노는 이 프로젝트 <떨어지는 물 (Falling Water)>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피사체는) 고유명사가 아닌 일반명사로서 (무언가의 본질 그) 자체로 회귀하려는 강인한 의지”를 가진 것 같다고. 평론가의 말처럼 프레임 속 폭포는 더는 아이슬란드에 있는 한 폭포가 아니었다. 그보다 그건 ‘떨어지는 물’로 일반화할 수 있는 하나의 물줄기였다. 그래서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자신을 구속하던 ‘폭포’라 는 관념을 벗어 던졌기 때문이다. 권부문의 물줄기는 자신을 부르는 그 어떤 이름이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것만 같았다. 내가 그의 이미지 앞에서 은하수를 떠올린 것도 그래서는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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