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길 찾아가기
06년 11월 Slovenia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진정한 마음속 목소리를 듣고 자신만의 보물을 찾기 위해 떠나는 목동 산티아고의 여정에 관한 이야기. 군 복무 중 잠시 휴가를 나왔을 때, 미국 유학을 앞두고 있던 선배 누님이 한 번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며 선물해 주었던 책이다.
그 후로 꽤 오랜 시간 동안 <연금술사>는 내 마음속 한 편에 최고의 작품으로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그런 시절이 있었겠지만, 한동안 갈 곳을 정하지 못하고 헤매는 나의 모습이 대비되어 이 작품이 더 강하게 와 닿았던 듯도 하다.
이후 십 년이 넘게 지난 지금, 그동안 몇 번 회사를 옮기면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려 보았다. 이직을 준비하던 그때그때의 내 모습을 돌아보면 오픈 포지션이 나온 무슨 일이든 마치 내 일 같고, 어떤 일이든 내가 마음에 두고 있던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심지어 해 본 적이 전혀 없었던 업무나 경험해 보지 못한 산업군이라도 '난 다 할 수 있어, 저게 내 일이야'라는 착각에 빠지곤 했다.
생각해 보면, 어쩌면, 여전히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몰라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일에 있어서 강하게 갈구하는 것 없이 적당히 흘러가는 대로, 그리고 남에게 보이는 대로 선택해 왔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선택한 일들을 적당히 해 왔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때그때 주어진 자리와 업무에서 최선을 다 했는지의 기준으로 보자면 스스로에게 적어도 80점 이상은 줄 수 있다. 다만 내가 그것을 정말 원해 왔던 것인지는 다른 문제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대상을 이해하는 사고의 체계는 한 개인의 삶 동안 끊임없이 변화한다. 어느 한순간, 사고를 해야 하는 시점이 왔을 때, 그때까지 자신이 겪고 쌓아온 삶의 경험에 기반하여 판단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삶에 또 다른 경험을 더하면서 기존의 사고나 판단이 바뀔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 보면 대중 없이 정한 것처럼 보이는 과거의 나의 선택들도 그때 그 시점에서 내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판단이었을 것이다. - 아니, 그렇게 믿고 내게 면죄부를 주고 싶다. - 하지만 여전히 내가 진정으로 가고 싶은 길은 어디인지를 고민하며 흔들리는 스스로를 보면 한심한 기분이 들어 기운이 빠진다.
2006년 자전거 여행 도중, 며칠간 일행과 헤어지고 혼자서 슬로베니아에서 베네치아로 가던 때가 있었다. 점점 어둑어둑해지는 산속의 저녁 시간, 간간이 지나가던 차들을 벗 삼아 채 십 미터 앞을 분간키 힘든 안갯속에서 조심조심 나아갔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이 길을 따라가면 적어도 목적지엔 도달할 수 있겠구나라는 믿음이 있었다는 것. 그렇기에 늦저녁의 짙은 안갯속에서도 큰 두려움 없이 혼자 묵묵히 페달을 밟을 수 있었다.
진정한 내 마음속의 이야기.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만이 알 수 있고, 또 알아채야만 하는 내 안의 길을 찾아가는 여정. 그 여정의 시작이 지금이라 해도 늦은 때는 아닐 것이다. 그 끝이 어디일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첫 발을 내딛었었야 할 그 길에 이제는 들어가려 한다. 그러니 기운 내어 나아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