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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운 바위풀 May 10. 2021

저는 전업 아빠입니다.

전업 아빠의 육아 일기 #01.

저는 40대 중반을 바라보는 전업 아빠입니다.


이제 10살과 8살로 두 살 터울인 남매를 돌보고 있지요. 십여 년 정도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다가 2017년 여름부터 전업 아빠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3년 하고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났네요.


‘전업 아빠’. 아마 처음 듣는 말이겠지요? 왜냐면 이건 저 혼자 지어낸 말이거든요. 지금의 제가 하는 가장 큰 역할이 바로 ‘아빠’입니다.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일을 하고 가족을 챙기는 일이 메인인 ‘전업' 아빠죠.


제가 왜 전업 아빠가 되었는지 궁금하시나요?


혹시 가끔씩 미디어에 나오는 사례와 비슷하지 않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듯합니다. 아이가 어릴 때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자아실현도 해내는 멋진 분들의 이야기 말이죠. 아니면 그저 사회생활에 몸도 마음도 지쳐 버려서 쉬고 싶었을 거라고 짐작하실 수도 있겠죠.


글쎄요. 아마도 제 경우에는 모두 ‘아니오’가 될 듯합니다. 제가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겠다고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우리 가족이 함께 살고 싶어서’이거든요.


제 짝꿍은 외교관입니다. 그러니 몇 년에 한 번씩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도는 생활은 피할 수 없는 일이죠. 저희가 결혼 전부터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일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같이 살 수 있을까였습니다. 어찌어찌 처음 몇 년 동안은 서로 기회를 맞추어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죠. 짝꿍이 해외를 나갈 때 제가 육아휴직을 하고 함께 가기도 하고, 반대로 저의 주재 근무에 맞추어 짝꿍이 휴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평범한 직장인의 삶이란 것이 어디 모두 내 마음대로 흘러가던가요. 


2016년 여름이었습니다. 여기저기 떠돌던 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지 일 년 반 정도가 지났을 때였죠. 드디어 짝꿍 혼자 파견 근무를 나가야 하는 상황이 왔습니다. 아이들은 6살과 4살이었죠. 서울에는 저와 아이들, 그리고 도우미 이모님이 함께 살았고, 짝꿍은 태평양 건너의 뉴욕에 있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이때는 한국에서 주말 부부 생활이라도 할 수 있다면 하고 바랐어요.


그렇게 기러기 가족생활 일 년이 지났습니다. 짝꿍이 한국에서 근무하려면 아직 몇 년은 더 해외를 돌아야 했죠.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어요. 이제 아이들을 엄마 곁에 보내고 내가 혼자 지내야 할까? 아니면 계속 아이들을 데리고 있으면서 짝꿍을 기러기 엄마로 두어야 할까? 짝꿍은 가족들 없이 계속 혼자 지낼 수 있을까? 반대로 나는 그렇다면 괜찮을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고민하던 제가 회사를 그만두기로 한 건 지난 크리스마스의 기억 때문이었습니다. 짝꿍이 반년 만에 휴가를 얻어 잠시 집에 왔어요. 짧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아이들과 함께 새해를 맞으러 남산도 다녀오고, 맛있는 것도 사 먹고, 그동안 갖지 못했던 가족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조금 이상한 일이 생긴 건 그다음이었어요. 몇 달을 떨어져 지내면서도 딱히 엄마를 찾지 않는 듯했던 아이들이 갑자기 울보가 되었거든요. 출근하려는 저를 붙잡고 이유 없이 울며 매달리고, 저녁때 돌아온 저를 보면서도 갑자기 눈물을 보이곤 했습니다. 대놓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저나 도우미 이모님이나 바로 알 수 있었죠. 얘들이 엄마가 그립구나. 지난 몇 달 동안 보고 싶단 말 같은 것도 별로 한 적이 없었는데 그 작은 가슴속에는 엄마를 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 차 있던 거예요. 아이들은 왜 엄마가 떨어져 살아야 하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겠죠. 


몇 주 뒤, 아이들은 다시 예전처럼 돌아갔지만 이때의 기억이 계속 마음에 남았습니다. 조금 더 아이들을 위한다면, 그리고 우리 가족이 다 같이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되었어요. 그렇게 반년 뒤, 저는 짝꿍 곁에서 전업 아빠가 되기로 결심하고 회사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여기 올릴 글은 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업 아빠로서 아이들을 돌보며, 또 가족과 함께 지내며 겪은 일상의 이야기입니다. 글을 쓰면서 저와 가족들의 시간을 돌아보고 또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할지를 생각하고 싶어요. 목표는 일주일에 최소 한 편을 쓰는 겁니다. 바람대로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하하. 




나와 아이들과 지내던 일 년 동안 주말은 온전히 우리 셋만의 시간이었다. 


볕이 좋던 어느 토요일 오후. 외출 전과 후에 찍은 풍경은 그때 우리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Nikon 28Ti + Kodak Portra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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