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uishem, France
12년 8월 Eguishem
프랑스 북동쪽 Strasbourg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 거리. 한 때는 독일, 한 때는 프랑스.역사의 흐름에 이리저리 휩쓸려 다녔던 Alsace 지방에 위치한 작은 마을, Eguishem. 12년 여름 프랑스로 건너 간 후, 우리 세 가족의 첫 번째 여행지였다. Alsace는 와인 산지로 유명한 지역들 중 하나인데 Strasbourg, Colmar 등 지역의 거점 도시와 함께 프랑스뿐만 아니라 바로 옆 독일 사람들도 많이들 놀러 오는 관광지이다.
파리에서 TGV를 타고 Strasbourg까지, 그곳에서 다시 차를 렌트하여 간 Eguishem까지의 여정. 아기자기한 프랑스 시골 마을들과 시원하게 펼쳐진 포도밭 풍경들. 작은 와이너리들 구경과 함께 마실 중 살짝 따 맛 보았던 포도의 향내까지. 프랑스에서 우리의 첫 발을 내딛는데 힘이 되어 주는 즐거운 기억들이 함께 했던 곳이기도 하다.
미리 예약해 두었던 숙소에 도착한 후, 간단히 요기를 하고 마을 구경을 나섰을 때 제일 먼저 마주한 곳이 바로 이 사진 속의 장소였다.
켜켜이 쌓인 이끼와 낡은 마을 표지판, 어딘지 모를 거리의 이정표 하나와 널려 있는 잡동사니들. 시간과 부재의 흔적들을 강하게 흩뿌리고 있는 공간.
사진을 찍을 때 멋진 풍경이나 사랑하는 인물들을 담는 걸 좋아한다. 또는 평소에 오가는 길거리에서, 그리고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한 지점에서 그 순간의 풍경을 담아내는 걸 좋아한다. 내 사진 속에서 내가 바라보고 있던, 내가 서 있던 그 순간과 공간의아우라가 느껴졌으면 한다.
몇 년이 지난 지금, 그 해 여름의 여행을 떠올릴 때 제일 먼저 이 사진이 생각나는 이유 중 하나도 아마 그러한 이유 때문이리라. 이 사진을 Alsace의 풍경이라 내어 놓을 수는 없겠지만, 그곳의 일부임을 부인할 수는 없는, 그곳이라는 존재의 한 부분으로서 실재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