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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운 바위풀 May 21. 2022

아빠도 이거 한 번 해봐.

전업 아빠 육아 일기  #14.

마루에 앉아 있는데, 작은 아이가 조금 상기된 얼굴로 방에서 나옵니다.


"아빠! 아빠도 이거 한 번 해봐!"


목소리도 왠지 들떠 있네요.


"응? 뭔데?"


"이거, 흔한 남매에 나오는 건데 아빠도 엄마랑 해봐!"


아이가 내민 페이지를 보니 획수로 계산하는 이름점 보기입니다. 믿거나 말거나 짝사랑 테스트, 좋아하는 사람하고 해 보라고 되어있네요.


"아, 이거 해봤어?"


"응, 나 엄청 잘 나왔어. 93점이야!"


환하게 웃으며 얘기하는 아이를 보니 누군지 모를 그 녀석에게 분노가 치솟습니다! 하지만 반쯤은 웃음이 터져 나오더라고요.


"좋겠네! 그래서 누구랑 해 봤는데?"


아마 마이클 아니면 마크 같은 마 씨였을 것 같은데 정확하진 않습니다.


"아빠! 나 놀리는 거야?"


아빠의 질문에 어림도 없다는 아이의 표정을 보니 절대 알려줄 기색이 아닙니다, 허허.


"그래도 아빠도 엄마랑 꼭 해봐!"


"그래, 아빠도 해볼게."


이렇게 한 방을 날린 아이는 행복한 기운을 내뿜으며 방으로 돌아갑니다.


요즘 한국에서는 유치원 때부터 남자 친구, 여자 친구가 있다던데 초등 2학년 아이의 감정이 새삼스러울 일은 아니겠지요.


그래도 웃기면서도 아쉽고, 또 늘 아기처럼 대하기보단 더 많이 생각하고 신경 쓰면서 봐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생이라고 어리광만 부리는 줄 알았는데 제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커가고 있나 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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