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다운 바위풀 Nov 10. 2017

혼자 자기 연습...

생후 석 달 때부터 수면 교육을 시켜 아이를 혼자 재우기 시작한 친구 녀석이 가끔 부러운 건 사실이지만, 아이들을 재우면서 함께 부대끼는 것은 또 그 나름의 즐거움이 있다.


다만 이제 큰 아이도 몇 달 뒤면 만 6살을 채우고 점점 커 가니 조금씩 혼자서 잘 수 있는 연습을 해 나가려고 하는 중이다.


이곳에서는 아이들 침대가 한 방에 있는데 난 작은 아이 침대에서 같이 자면서 팔을 뻗어 큰 아이의 손을 잡고 잔다. 보통 불을 끄고 누운 지 삼십 분 이내면 잠이 드는데 그 이후는 나만의 자유 시간이다.

 

여섯 살 큰 아이는 두 살 어린 동생보다 살짝 늦게 잠드는 편인데 얼마 전부터는 작은 아이가 잠이 들면 큰 아이는 혼자 잠들 수 있도록 이불을 덮어 주고 난 거실로 나왔다.


하루는 큰 아이가 씩씩하게 혼자 - 물론 동생이 있었지만 - 잠을 자고 일어 난 아침에 말을 건넸다.


“주안아, 아빠 없어도 무섭지 않았어? 이젠 씩씩하게 혼자 잘 수 있겠어?”

“응, 조금 무섭긴 한데 ‘아빠가 집에 있다, 아빠가 집에 있다’ 생각하면서 잤어. 그럼 조금 무서워도 혼자 잘 수 있어.”

“우와, 굉장하다. 진짜 씩씩하네.”


무서운 걸 잊기 위해 그런 생각을 떠 올렸다니 귀엽다. 여하튼 그렇게 아이들 혼자 재우기 연습이 점점 빛을 발해가는가 싶었던 어느 날... 저녁 먹으면서 심심풀이로 해 준 강시 이야기가 화근이었다. 이제 큰 아이는 집안 구석구석 그 어느 곳도 혼자서는 갈 수 없는 어린아이가 되어 버렸다. 


저녁 먹다가 오줌 싸러 가야 할 때...


“아빠, 노래 불러 줘!”


거실에서 놀다가 부엌에 물 뜨러 가야 할 때...


“아빠~!! 노래 불러 줘!!”

“응, 그래! The more we sing together, together…”


얼마 전 어린이집에서 배웠다는 노래는 우리 집에서 일종의 '퇴마'송이 되었다. 강시 이야기가 어지간히 무서웠던 모양인지, 이젠 집안 어딜 가든 혼자서는 못가는 상황이 되었고 더군다나 혼자 자기란 최소 몇 달, 아니 일 년은 물 건너 간 상황이다. 하지만 이야기해 준 것도 나고, 귀신 무섭다고 땀 흘리면서도 이불 꽁꽁 둘러싸고 자는 것 보면 어렸을 때의 아빠 판박이라 어디다 하소연할 데도 없다.


그저 당분간 아이들 재워 주는 걸 조금 더 즐기는 걸로 마음을 정할 뿐……


암, 그럼. 아이랑 같이 잘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인데 말이야.......(먼 산...)

매거진의 이전글 진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