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맛에 산다.
며칠 전 다섯 살 아들이 빈 종이를 들고 오더니 얘기를 한다.
"아빠, '꺼'자는 어떻게 쓰는 거야? "
"응? '꺼'? 자, 여기. 'ㄱ'을 이렇게 두 번 하고 '이'자를 쓰는 거야."
"아, 알겠어. 고마워."
그렇게 쪼르륵 자기 방으로 들고 가더니 잠시 후에 선물이라며 가져다준 작품이다.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아빠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는데 그 한 글자가 헷갈렸나 보다. 열에 여섯은 아빠를 힘들게 하고 '아빠, 미워'를 하루에도 몇 번씩 외쳐대는 아들이지만 가끔씩 이런 선물 하나로 아빠의 마음을 녹인다.
신문에서 보았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이를 기르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감정의 진폭이 훨씬 넓다고 한다. 쉽게 얘기하면 아이 때문에 눈물 쏙 빼게 힘든 날고 있고, 반면에 아이의 미소와 몸짓을 보면서 눈물 나게 행복한 날도 있다는 말이다. 아마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큰 아이가 한 살 반부터 두 살 반 정도까지 한 10개월 정도를 떨어져 살았던 적이 있다. 그리고 오랜만에 다시 만났을 때 평소에는 그렇게도 갈기 싫어하던 기저귀를 들고 앞장서서 떡하니 누워 기저귀 갈아 달라고 하던 아이의 모습이 생각난다. 자기 딴에 말로 표현은 잘 못 해도 아빠가 그리웠었나 보다. 물론 그러한 순종(??)은 채 일주일을 가지 못 하긴 했지만 말이다.
아직은 아이들이 어려서 앞으로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많이 고민해 보지는 못 했다. 다만 언제나 지금처럼 서로 사랑한다는 말 많이 해 주고, 아이들이 의지할 수 있는 아빠의 모습으로 오래오래 남아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