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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운 바위풀 Jul 21. 2017

여섯 살과 다섯 살

형님반의 자존감

잠자리에 들려고 큰 아이와 이불을 깔고 누운 후에는 서로 침대 밑과 위에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자곤 한다.


며칠 전에는 불을 끄고 누운 후 우리가 미국에 가면 어떻게 될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안아, 우리 미국에 가면 주안이는 이제 다섯 살이 될 거야."


"응? 난 여섯 살인데? 왜?"


"응. 미국 사람들이 우리랑 나이를 세는 방법이 달라서 미국에 가면 지금 여섯 살인 주안이가 다섯 살이 되는 거야. 그리고 윤이는 지금은 네 살인데 미국에 가면 두 살이 된대."


"그래? 에이, 싫다. 난 여섯 살이 좋은데."


"미국에 가면 만나는 다섯 살 친구들은 지금 주안이 여섯 살 친구들하고 똑같아. 지금 어린이집 친구들도 미국에 가면 다섯 살이 된대."


"난 그래도 싫어."


어린이집에서 한 살 더 먹을 때마다 <형님반에 간다네> 노래를 배우며 윗 반이 되는 걸 연습하고 한 살 더 먹는 것을 큰 자랑으로 아는 아이다. 집에서도 거실 벽에 붙여 놓은 키재기 줄자에 수시 때때로 키를 재면서 아직 조금밖에 안 컸다고 아쉬워하는 아이이니 그럴 법도 하다.


하지만 얘야, 네가 조금만 더 나이를 먹어 보렴. 한 살 한 살 거꾸로 먹는 걸 훨씬 더 좋아하게 될지도 모른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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