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ngro, Seoul
16년 2월 종로
테스트를 위해 넣어 왔던 바르낙을 꺼내어 퇴근길 풍경을 스케치했다. 한 겨울의 차가운 공기 사이로 종종걸음 치는 사람들과 건물 유리창에 반사된 고층 빌딩 풍경의 종로.
서울에 올라온 후 처음으로 종로에 놀러 왔을 때였다. 그땐 거대한 고층 빌딩 숲에 압도되어 나도 모르게 기가 죽었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 신촌에 처음 갔을 때도 그랬다. 그 수많은 사람들과 차량들의 행렬에 너무 정신이 없어, 난 아무래도 서울에서 사는 건 어렵겠다고, 진지하게 고민했다.
벌써 근 20여 년 전의 일이다. 돌아보면 그 이후 참 다양한 곳에 나를 내어 놓았다. 흐름에 휩쓸려 가다 보니 참 많은 곳을 떠돌다 다시 이 자리로 왔다. 다행이라면 내 의지가 아닌 채로 삶의 파고에 휩쓸리지는 않았다는 점. 지금 현재의 내 모습은 내 의지, 그리고 순간순간 다가왔던 운의 결합이다.
"가슴속에 사연 한 개쯤 품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으랴."
어디서 봤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어렸을 때 무척 인상 깊었던 구절이다. 누구나 가슴 한 켠엔 자기만의 사정. 모두에겐 모두의 사정이 있다. 조금은 특수한 상황처럼 보이는 나도 결국 모두의 사정 중 하나일 뿐, 달리 보면 그리 남다를 것 없는 하나이리라.
그래서 괜히 어려움을 토로하거나 혼자 힘들어할 생각은 없다. 다만 돌아올 수도, 돌이킬 수도 없는 이 시절에 후회가 남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먼 훗날엔, 앞으로 조금은 힘들지 모를 이 시간이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선물 같은 시절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