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osure

Philadelphia, PA

by 최다운 바위풀
Philadelphia, PA


14년 1월 Philadelphia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게 될 날을 얼마 남겨 두지 않았던 14년 초의 겨울. 공부니 취업 준비니 정신없는 삶에 치여 한동안 손도 못 대던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무엇이 되었든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한겨울의 Philadelphia는 무척 추웠다. 두꺼운 패딩과 목도리, 털모자까지 무장을 하고 주안이와 함께 집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나섰다. 맨살에 느껴지는 추위와 달리 하늘은 청명한 푸른빛이었다.


낡은 농구 골대와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 이 사진을 찍으면서, 앞으로는 아무리 바쁘더라도, 내 눈에 비치는 소소한 풍경 한 장쯤은 담을 수 있는 여유를 갖겠다고 다짐했다. 돌아보면 아쉬운 건, 그 후로도 오랫동안 다짐을 지키지 못했다. 분명 그럴 정도로 바쁘진 않았는데도 그러했다.


다행히도 1년 전부터는 가방에 항상 카메라 한 대를 넣어 다닌다. 꺼내서 쓸 시간이 많은 건 아니지만 가방 속에 카메라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쉴 틈이 생긴 기분이다. 품에 항상 간직하다 보니 이래저래 소소한 일거리를 담을 일도 생기고, 일상의 풍경도 다시 한 번 살펴보게 된다.


... 이곳에 글들을 풀어놓으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솔직한 감정이다. 괜스레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와 문장의 나열도 싫고, 언제이든 나의 흔적으로 남게 될 것에 허세를 남기고 싶지도 않다. 누군가에게 보여 줄 요량도 아니니,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내 감정을 오롯이 내어 놓는다. 그러다 보면 그것이 또 내 안의 무언가를 해소시켜 준다. 글을 쓰는데 대한 반대급부라는 생각도 든다.


긴 호흡의 글을 이렇게 쓰는 건 거의 10년 만이다. 이번엔 조금 더 오래 작업을 지속해 보려 한다. 될 수 있는 한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노력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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