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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운 바위풀 Mar 03. 2018

너... 오빠한테 반했구나?

아빠 육아 일기

며칠 전 저녁 시간.


평소처럼 큰 아이와 작은 아이와 나, 셋이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고 있던 중 큰 아이가 말을 꺼냈다.


“어, 윤이야? 너 여기 왜 그래? 다쳤어?”

“어, 정말이네? 윤이 왜 그러지?”


아마도 놀이터에서 뛰어놀거나 목욕하다 다쳤을 법한 엄지손톱만 한 붉은 자욱이 아이의 왼뺨에 나 있었다.


“응, 나도 몰라.”


여기저기 까지고 상처 내는 것이 일상다반사인 아이는 제 얼굴에 작은 자국쯤은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내 입속의 밥 알갱이들을 다 내뿜게 만들 뻔했던 건 그다음에 큰 아이 입에서 나온 얘기였다.


오묘하면서도 의미심장한 표정을 띄면서 동생을 바라보던 녀석이 씩 웃으며 꺼낸 말.


“윤이야, 너... 오빠한테 반했구나?”


푸하하. 도대체 그런 생각은 어떻게 한 건지. 


“주안아, 볼이 빨개지면 반한다는 건 어디서 배웠어?”

“응, 그냥 알아.”


아빠 판박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 아들이니 다른 사람이 자기한테 반한다는 게 그다지 특별한 일도 아니지만... 은 아니고, 이제 일곱 살이 된 아이는 조금씩 남들에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신경을 쓰는 눈치다. 찬 바람이 불던 날, 어렸을 때 쓰던 단추 목도리를 채워 주니 친구들이 아이 같다고 놀린다며 싫어하고, 이래저래 유치원 친구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 제법 고민한다.


이럴 때일수록 아이의 자존감을 더 탄탄히 해 주어야 할 텐데 원체 잔소리쟁이 아빠다 보니 아이의 기운을 북돋워 주는 일이 어째 많지 못하다. 항상 멋있다고, 괜찮다고 말하지만 아무래도 내 편의 위주이다 보니 아이에게 더 안 가 닿는 듯도 하고.


물론 큰 아이는 별생각 없이 던진 말일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을 느끼는 아이의 감정이 무의식 중에 드러난 것 아닌가 싶다. 


그러니 다시 한번 아이들에게 하는 내 말과 행동을 되돌아봐야 할 때인 듯. 아빠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조금 더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줄 수 있도록 말이다.


... 여하튼 아이의 유머 하나에 괜스런 고민이 많아지는 아빠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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