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 일기.
“아빠~ 살금살금~”
때때로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이면 혹여나 집에서 우리 몰래 놀고 있던 장난감들이 놀랄까 소리 죽여 문 앞까지 걸어오고, 매일 밤 해 주는 오빠 꽃게와 동생 꽃게의 모험 이야기를 누구보다 좋아하는 둘째 아이.
그 아이다운 상상력과 귀여움은 종종 나와 짝꿍을 웃음 짓게 하지만 가끔씩 예상치 못한 반격으로 허를 찌르기도 한다.
지난 부활절 휴일, 온 가족 콧구멍에 봄바람 좀 넣어 보고자 나선 워싱턴 여행길이었다. 마지막 날 낮에 시간을 내어 들른 워싱턴 동물원의 코끼리사 앞 아스팔트 바닥엔 주황색 페인트로 칠해진 발자국 길이 있었다.
“우와, 윤이야. 우리 이 코끼리 발자국 따라가 볼까?”
뭣도 모르고 신난 아빠가 던진 말에 돌아오는 둘째의 답변은 단호했다. 그것도 무언가 맘에 안 들 때 나오는 특유의 ‘아빠 질책하기’ 톤.
“아빠! 이건 주황색 페인트잖아!”
아빠의 과포화 상상력 따위는 가볍게 걷어 차 주는 아이의 대답에 큰 웃음이 터져 나오면서도 무언가 억울한 기분이다.
그동안 아빠가 재밌게 놀아 준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는데... 실은 네가 아빠 수준에 맞춰 준 것이었니? :|
찬조 출연은 첫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