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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cky Jan 19. 2021

사랑의 정의는 각자에게 있다.

영화 - <반쪽의 이야기>

'반쪽'을 찾는 '반쪽'의 이야기다. 동성애, 이성애, 짝사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등 각종 사랑이 한 데 섞였다. 안타깝게도 이루어지는 사랑은 없었지만 따뜻하면서 동시에 외롭고, 어려우면서도 쉬운 사랑의 매력을 느낄  있는 영화였다.


대필로 과제를 해주며 돈을 버는 중국인 엘리 추가 주인공이다. 어느 날 엘리에게 폴이 찾아온다. ‘나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는데, 연애편지 좀 써주라.’ 편지의 수신인은 평소 유독 엘리의 관심과 눈길을 끌었던 애스터. 돈이 급했던 엘리는 그 제안을 수락하게 되고 그렇게 셋의 관계는 조금은 애매하게 시작된다.


상대의 그 어떤 것도 바꾸고 싶지 않은 사람을 사랑해 본 적 있니?

편지 대필을 하면서 엘리와 폴은 점점 친해진다. 편지를 위해 만난 와중 틈틈이 서로의 가정사와 목표를 나눈다. 엘리의 이야기를 하나둘씩 알게 되면서 폴은 엘리가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그 관심의 방향이 여실히 드러났던 연주회 뒤풀이와 폴의 럭비 경기 날. 폴은 술을 마신 엘리가 걱정되어 그녀를 챙겨 집으로 향하고, 럭비 경기에서는 엘리만을 찾는다. 폴은 자신의 마음이 애스터가 아닌 엘리에게 향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엘리에게 키스를 하려는 순간, 엘리의 마음은 자신이 아닌 애스터를 향해 있음을 알게 된다. 위의 대사는 상처를 받은 폴에게 엘리의 아버지가 건넨 말이다. 친해지는 과정에서 항상 엘리의 자전거를 따라 뛰어가던 폴은, 마지막에 엘리가 기차를 타고 떠날 때도 뛰어서 따라간다. 좌절에 포기하지 않고, 엘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로 했다는 듯이.


사랑은 노력하는 거고, 손 내미는 거고, 실패하는 거예요.

폴의 이름으로 애스터에게 연애편지를 쓰면서 엘리는 점점 애스터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확인한다. 사랑을 표현하고, 애스터가 다시 미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수많은 편지를 쓴다.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그리고 그 편지를 모두 본인이 썼음을 밝혀버린다. 애스터가 청혼을 받는 자리에서 엘리는 과감하게 청혼의 말을 끊고 일어나 위의 말을 한다.  순간 자체가 엘리에게는 노력이었을 거고, 손을 내미는 행위였을 거고, (애스터는 이성애자라서) 실패였을 거다. 대필 사실에 애스터는 상처를 받고 자리를 뜨지만, 엘리는 다시 노력한다. 애스터를 찾아가 사과를 건네고, 시원하게 키스를 하고 나중에 보자고 떠난다. 자신의 말을 멋지게 실행한,  사랑을 행한 엘리다.



우리는 반쪽을 찾아 완벽해지려 하지만 사실 그건 불가능에 가깝다. 반쪽을 찾는 것조차 어려울 때가 많기 때문이다. 폴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진짜 마음을 찾는데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고, 엘리처럼 성적 지향이 다른 상대를 좋아하면 이루어질 확률은 낮아진다. 반쪽을 찾는 것도 어려운데, 반쪽이라고 생각하는 대상을 만나 둘이 완벽해질  있을까.


다만, 반쪽을 찾는 과정에서 나름의 '사랑'을 정의하고, 이를 행할 수는 있다. 폴도 엘리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일지라도 용기 있게 행했다. 폴은 폴의 방식대로, 엘리는 엘리의 방식대로. 반쪽을 찾는 나머지 '반쪽'들의 이야기는 모두 다른 모양의 사랑으로 아름답고 과감하게 흐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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