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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는 천국인가

왜 나는 감동하지 않았을까

by Funny

하와이는 직접적인 동경의 대상이지는 않지만 어떻게든 귀에 들려오는 그런 동경해야만 하는 대상이었던 듯 싶다. 잘 알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누군가 하와이에 갔다더라, 하와이가 좋다더라하는. 그런 동경이 사회의 열기처럼 활활 타오르게 된 것은 일본에 가고 나서 였다.


일본의 하와이에 대한 특별한 문화적 배경은 하와이에 가기로 결정하고 미국에서 였다. 아무런 맥락도 알지 못한채 일본에서의 하와이에 대한 노출이 일본에 가자마자 시작되었다. 생각해보면 이미 대학시절부터 하와이에 대한 일본인들의 비정상적으로 느껴지는 설명할 수 없는 열기는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대학교 동아리에 알로하, 훌라춤이 있었고, 심지어 학교 친구들사이에서는 인기였다. 회사에 다닐 때도 훌라춤은 꾸준하게 동아리가 있었고 인기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단한번도 훌라 동아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없다, 는게 아니라, 주류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어린 시절 나는 결혼에 대한 의지는 없었지만 결혼에 대한 꿈과 희망의 나래를 펼치는 것을 좋아했는데 일본에는 결혼관련 무료 잡지를 온 도쿄에서 뿌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마다 하와이 웨딩, 해외웨딩은 하와이 웨딩이었고 꿈의 하와이 웨딩은 웨딩의 끝판왕 처럼 늘 그려지고 있었다.


전단지의 나라 일본에서 살아가면 역을 지날때 여행 전단지를 볼 수 있는데 신주쿠 역에서 알바를 하던 나의 특성상 해외 여행 전단지도 자주 보게 되었다. 다른 나라들도 당연히 있었지만, 하와이는 늘 말머리표시가 붙으며 단연 많은 섹션을 차지하고 있는 도착지였다.


궁금증이 생기면 사람들에게 묻는 것이 당연하다. 당연히 일본인 들에게 물었다. 하와이에 대한 동경과 하와이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열기를 설명하는 사람은 없었고, 그냥 하와이를 좋아한다고 한다. 이해는 전혀 가지 않았고, 그렇기에 하와이에 대한 동경도 심어지지는 않았다.


하와이에 가기고 결심한 것은 다시 살기로 결심한 뒤다. 삶의 버킷리스트를 만들때, 하와이에 가기를 추가 했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디선가 하와이에 대한 동경의 정보들이 나의 뇌를 스치면서 하와이의 날씨가 너무 좋아서 그냥 날씨 때문에라도 하와이에 살고 싶다던 어떤 사람의 인터뷰내용이 나를 사로 잡았다. 내가 다시 살게 된다면, 나는 이세상의 천국과 같은 날씨인 지상낙원, 지상천국에 가봐야겠다.


다시 살기로 결심하고, 돈을 위해 살지는 않기로 했기 때문에 하와이에 갈 돈은 없었다. 그나마 나에게 가능해보이는 일은 어차피 발생하는 비용의 포인트를 하와이의 마일로 전환해서 가는 것이 었다. 10년은 걸릴지 모르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무언가를 보고 싶고 경험하는 것이 아니다. 죽지 전에 하와이라는 지상낙원을 확인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일본에 더이상 살지 않게 되었고, 한국에 돌아오면서 더이상 마일도 모으지 않게 되고 연계도 되지 않게 되면서 나의 하와이의 꿈은 사라지는 것 처럼 보였다. 졸업식에 갈 비행기 표를 살 때 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졸업식. 하와이 방향인 듯 한다. 하와이를 들렸다가 한국에 돌아오는 것은 어떠할까. 하와이를 따로 가는 것보다 괜찮을 듯 하다. 가능, 그렇게 하기로 하자.


그렇게 나는 나의 버킷리스트, 지상낙원 하와이에 천국에 가기 위해 갔다.


하와이는 당황스러울 만큼 들은 그대로였다. 날씨가 쾌적했다. 해변도 있고 아름다운 자연경관도 있고 생각보다 더 멋진 산과 바다의 조화에 트랙킹 코스도 너무 예뻤다. 대중교통이 생각보다 잘 되어있어서 저렴하게 돌아다니기도 좋고 한인슈퍼도 많아 부족함 없이 천국같이 쾌적한 날씨에 아름다운 자연을 누볐다. 천국을 만끽하기 위해 5박이나 시간을 잡아두었으니 상당히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동서남북을 그래도 한번씩은 볼 기회가 있었다. 심지어는 쇼핑도 했다.


신이 나지 않았다. 날씨도 좋고 자연도 좋고 쇼핑 할 거리도 많고 이동할 대중교통도 있고 뭔가 다 이곳에 있는데 감동적이지가 않았다. 거짓말 같다고 하기에는 또 그정도는 아니고 모든 과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전부다 1등은 아니어서 매력이 없는 그런 우등생 친구를 눈앞에 두고 있는 기분이었다. 다 좋은데 개성을 모르겠는 기분이었달까?


무엇하나 불만이 없지만 내 눈에 있는 천국이 내가 나도 모르게 기대하던 천국이 아니었던, 실망했던 이유를 5일 내내 생각했다. 왜 하와이는 나에게 매력이 없을 까? 왜 말하던 그대로인데 나는 실망을 한걸까?


너무 기대를 했을 수도 있고, 지나치게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현대사회의 폐해일 수도 있겠지만, 하와이는 삶이 느껴지지 않았다. 바로 전에 있던 도시들이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같은 도시여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도시의 특징에 따라 다른 사람들, 도시의 모습, 현실적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정말 이상하고 화가나고 불합리하고 위험하지만 매력적이었던 것과 반대로, 하와이에서 너무 좋은 날씨와 모든 것이 관광지인 어색한 분위기가 폴리네시안 어트렉션처럼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신혼여행으로 와서 오직 휴식과 즐거움, 쇼핑만을 만끽하러왔다면 또 감상은 달랐을 것이다. 나는 앞으로 살고 싶은 도시, 장소를 찾고 있었고, 나의 이웃으로 하와이의 환경은 관광이 아니면 인터넷을 통해서만 진짜 세상과 연결될 수 있을 현실은 더 가상세계 같은 그런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진짜 하와이에서 산다면 맑고 쾌청한 바람과 햇살에 기이하긴 그 생각이 기이하다 할 수 있겠지만, 그 때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와이가 너무 좋아서 별로인 요상한 느낌을 받으며, 나의 불완전함이, 단점이 나의 매력이구나, 나의 특별함 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위로가 되었다. 다른 사람의, 도시의 단점과 못남이 보여도 그게 이 사람의 매력일 수도 있겠다, 매력으로 바뀔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이제는 또 다른 관점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하와이에서는 살고 싶지 않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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