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6. 신혼집
리스트에 신혼집이 있었다. 생각해 보니 그렇다. 일단 결혼을 하면 같이 살게 될 테니 같이 살 공간은 정해야겠다.
나는 집을 살 생각이 전혀 없다. 또한 앞으로 어느 나라에서, 어느 도시에서 살지부터 미지수이기에 그런 것은 너무나 알 수 없는 일이다. 남편이 집이 있다면 거기 들어가 살 것이며 내가 대학원 시절을 보낼 월세방에 들어와서 살겠다면 그것도 상관없고 그냥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서 살면 된다고 생각한다.
2평대 고시원에서도 살았었고, 40층이 넘는 고급아파트를 소유해 본 적도 있다.(지금은 팔았다) 그 결과 나는 집에는 집착하지 않는다. 비싸고 좋은 아파트는 너무 좋지만 내가 그를 위해 노동하거나 희생할 정도의 가치를 나에게 주지 않는다는 것을 느껴서 나는 없어도 충분히 행복하다. 필요하다면 시부모님 집이던 우리 부모님 집에 들어가서 시작해도 전혀 불만이 없다. 나는 상관이 없기에, 남편의 의견이 더 중요할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아무 곳이나 상관이 없기에, 결혼을 해서 달라질 비용은 없기에, 신혼집 예산은 0원으로 하겠다.
혼수, 즉 신혼집에 들어갈 가전 등도, 같이 살기 위해 집을 사야 된다는 생각이 없어 1명이 살던 곳, 월세집에 원래 있는 가전과 가구로 충분하다는 주의라 일단은 예산 0원으로 하겠다. 그리고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예민해서 같이 남편과 자고 싶은 마음이 없다. 코를 곤다거나 남녀의 차이로 온도의 차이가 있다던가 할 텐데 그런 부분을 굳이 맞춰야 하나 라는 게 나의 입장이다. 각방 혹은 각침대를 원하며, 나는 내가 만든 침대 프레임과 침대 매트리스 혹은 토퍼가 있다. 이불도 내 거는 충분하고 베개도 들고 갈 거다. 그러니, 나는 괜찮아.
그러나 모든 것이 그러했든, 다 타협과 합의가 가능하다. 같은 방에서 같은 침대에서 자는 게 평생의 로망이었고 그걸 못하는데 딜브레이커라면 맞춰줄 수 있다. 단지 그 결과 잠을 못 자고 내가 만족도가 떨어져서 성질이 더러워지고 건강이 나빠진다면 그에 대한 리스크 테이킹, 즉 나에 대한 배려와 보살핌과 성격더러움에 대한 받아들임은 꼭 해주시길 바란다.
결혼이란 2명이 함께 하는 것이니, 그분의 의견도 들어봐야 해서 정 집을 사야 한다면 너의 명의로 네가 사면 될 텐데, 거기에 대한 가전이라도 나한테 채워라, 하신다면, 그때는 그때 가서 또 필요한 거 채워가겠습니다. 대학부터 내가 벌어 내가 다닌 입장으로 수많은 집을 전전하고 가전도 해보고 한 입장에서 딱히 가전 욕심도 없어서, 기본만 잘하는 걸로 채울 것 같기는 하지만 남편님이 또 가전덕후다 하시면 만족하시는 것으로다 잘 채워보겠습니다.
결론은 예산 0원, 남편의 의견에 따라 예산은 변동성 큼 정도로 하겠다.